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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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6학년이 된 아이들이 여섯 살 때 읽어 주었던 책이다.  

아들 쌍둥이를 낳고부터 내 생활엔 육아밖에는 다른 것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아이들 기저귀 갈고, 먹이고, 입히고,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것 치우고, 우는 아기 달래고, 아이들의 수십가지 요구를 해결하고, 쉬 시키고, 응가 시키고...... 

내가 화장실에라도 들어갈라치면 두 녀석이 화장실 문 앞에서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엄마를 찾고 울던 시절을 지나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면서 조금 여유가 생기고, 그림책 읽기가 작은 낙이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책을 참 좋아했다. 책 한 권을 백 번도 읽고, 이백 번도 읽어야 했다. 그럴 무렵 읽어 주었던 책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읽다가 목이 메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장실에 앉아 두루마리 휴지를 풀고 있는 아이가 내 아이의 예전 모습이었고, 엄마 몰래 온갖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내 아이의 지금 모습이고, 동물원에나 보내 버리고 싶을 어처구니 없는 아이의 모습이 내 아이의 미래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리 소리 지르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다가도 잠이 든 아이들에게 무릎 걸음으로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면서 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일까, 감탄하면서 쓸어보고, 뺨을 대보는 엄마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늘 버겁기만 한 아이 키우기가 나만의 어려움이 아니고,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모습이 내 아이의 모습만은 아니라고, 모든 엄마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를 사랑하고 있다고 내게 말해 준 책, 그래서 위로가 되었던 책이다. 

그리고 그 아들 아이가 자라서 늙은 엄마를 안고 노래를 불러 준다. 언제까지나 사랑한다고.  자기 딸아이에게도 불러 준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한다고. 

노래를 따라 사랑은 그렇게 흘러간다. 내가 없어져도 내 사랑은 없어지지 않고 흘러간다. 흘러가는 사랑이 경이로워서 가슴이 뭉클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 내가 이 책을 읽어 주었던 어느 날 우리 아이가 나를 껴안고 엉엉 울었다. 엄마가 이렇게 늙으면 어떡하느냐고. 그랬던 아이가 지금 이 책에 나오는 이상한 친구를 데려오고,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사춘기 나이가 되었다.  

오늘 아이는 화를 내는 엄마를 보며 얼굴이 퉁퉁 부어 학교에 갔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게는 영원히 이어질 노래,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가 있고, 그 노래를 따라 나의 사랑은, 내 엄마가 주었던 나의 사랑은 내 아이에게 흘러갈 거라고.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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