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벤트 높새바람 24
유은실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책을 고르느라 800번대 서가를 다 뒤지고 다니다가 분명 유은실이라 써 있는데 제목은 처음 본 책을 발견했다.  

얼른 꺼내 봤더니 2010년에 나온 따끈한 신간.  

이렇게 정보에 어두워서야. 

전에 멀쩡한 이유정에 나온 <새우가 없는 마을>에도 유쾌한 할아버지와 유쾌한 손자가 등장한다. 가난해서 자장면도 먹어 본 적 없지만, 새우를 사러 마트에 가는 것이 낯설고 두려워 포기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는, 어딘지 삶의 여유가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들의 위트는 참 따뜻했었다. 

이번에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다. 젊었을 때 자식들과 마누라에게 못할 짓은 다 하고 살아서 지금은 문간방에서 손자와 함께 지내며 아들의 구박을 견뎌야 하는 신세가 된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며 여성 호르몬이 진즉에 많아지지 않은 것을 한탄하지만 여전히 남성호르몬이 왕성해서 원더걸스와 화장품 아줌마를 좋아하고, 옥자 할머니도 좋아한다. 

젊어서 나쁜 짓은 골라서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참 사랑스럽게 늙어 버린 캐릭터이다. 손자 영욱이도 마찬가지다. 늘 윽박지르는 아버지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지만 그래도 할아버지가 있어서 든든한, 무엇하나 잘하는 것 없다고 의기소침해 있지만 누구보다도 인정많은 아이이다. 

늘 그렇다. 유은실의 작품은. 

나 같아서 안쓰럽고 정이 가는, 그런데 내겐 없는 여유와 유머가 있는 유은실의 인물들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에 우리 아이들 학교에 유은실 선생님이 강연을 오신 적이 있다. 그때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곰 이야기라고 하셨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그 곰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곰 이야기는 언제 나오려나.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