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발 소년 - 아동 자폐스펙트럼 이야기 장애공감 어린이
김리하 지음, 이윤민 그림 / 한울림스페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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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책에 등장하는 모두의 마음이 촘촘하게 담겨 있어서, 모두의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해서 마음 아프면서 벅찼다. 그리고 내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먼저 지훈이

자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지훈이의 마음을 제일 먼저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게 까치발 소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지훈이는 그저 한 가족이 겪어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니까. 지훈이는 손이 아픈 줄도 모르고 계속 박수를 치고, 다른 길로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교실의 커튼을 쳐야 하는 아이이다. 자기가 먹고 싶으면 남의 것도 먹어야 하고 자기 로켓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긴 손톱에 친구가 다치는 것은 조심할 줄 모른다. 그렇지만 지훈이는 "네 마음대로 하면 안 돼.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라고 한 말을 기억하며 커튼을 걷어냈을 때 들어오는 따가운 햇살도 견딜 줄 알고 자기 손톱에 민재가 다치자 스스로 손톱을 깎아달라고 할 줄도 안다. 지훈이가 느끼는 세상은 얼마나 불안하고 어려울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지훈이의 동생 지유

지유는 아홉 살이다. 아홉 살의 세상이 얼마나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지 나는 안다. 지유는 그럴 새 없이 태어나자마자 세상의 중심이 오빠라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온통 지훈이에게만 쏠리는 부모의 관심과 자신마저 오빠를 보살펴야 하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지유는 얼마나 힘든 아홉 살인지.

 

"오빠가 학교 안 오면 좋겠다고, 누가 좀 때려 주면 좋겠다고 자꾸만 빌어서 그래. 엉엉엉."

오빠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미움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아이가 참 안타까웠다.

 

지훈이의 엄마

나도 엄마니까 지훈이 엄마에게 가장 많이 공감하고 감동도 받았다.

"온 가족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지훈이와 눈을 맞춘 날, 지훈이가 미소를 지은 날, 지훈이와 대화가 잘된 날... 행복한 일들은 힘든 일상에 점점이 박혀 있었다. 지훈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작은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점점이 박혀 있는 행복한 순간들... 자폐가 있는 아이를 둔 부모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상처도 많고, 어려움도 많아 좌절하고 걱정하는 일 투성이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큰 책임을 지고 불안하게 하루 하루 살아간다. 그럴 때 놓치면 안되는 것이 바로 점점이 박혀 있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를 만났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훈이 엄마에게 배운다.

지훈이 엄마는 참 닮고 싶은 엄마다. 나 같으면 한없이 무너져 좌절했을 순간에 두 아이를 위해 자신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실제로 단단한 엄마가 되었다. 민재 엄마가 지훈이 학교를 옮기라고 하자 지훈이 학교 보내는 것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당차게 말한다. 지훈이 엄마의 친구가 되어 지훈이 엄마의 단단함을 배우고 지훈이 엄마의 어려움에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지훈이의 교실

"지훈이는 까치발도 잘하고 박수도 잘 치죠.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는 것도 아주 잘 발견하는 재주가 있어요."

"우리 까치발로 마음 보기를 해 봅시다. 다음 주부터는 지훈이가 돌아오니까 지훈이 마음도 봐 주세요. 까치발 한다고 놀리지 말고, 박수 친다고 오해하지 말고. 우리는 모두 친구니까요."

이렇게 차근히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실제로도 많을 거다.

우리가 놓치는 걸 발견하는 지훈이의 재주를 알아봐 주고, 지훈이의 마음을 봐 달라고 설명해 주는 선생님에게 나는 또 감동받는다. 지훈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선생님인지. 까치발은 목적을 가지고 굳이 힘을 들여 해야 하는 동작이다. 힘을 들여 그 동작을 했을 때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인다. 까치발로 지훈이의 마음을 굳이 보려고 한다면 아이들은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한울림에서 나온 장애공감 시리즈에 들어 있는 책이다. 장애를 공감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장애를 공감하는 일이 따로 분류되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를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타인의 좌절과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일이다. 세상에는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고 타인의 어려움과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느낄 줄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장애 공감은 세상의 모든 고통에 대한 공감으로 확장되어야 하고, 세상의 모든 고통에 대한 공감 속에 장애에 대한 공감이 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너무 긴 리뷰가 되었다. 책 속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는 담담한 목소리에 너무 심하게 자극을 받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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