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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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작은 동네는 화자가 어릴 적 살았던 곳이다. 경기도 광주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화자는 성인이 되어 결혼 생활을 하며 그곳에서 보낸 유년기를 떠올린다.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는 남편과 번역 일을 하는 는 남편의 모임에 갔다가 늘 참석하던 배우 윤이소가 불참한 것을 본 후, ‘사라짐에 대해 숙사한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가 태어나기 전 죽었던 오빠와 현재는 돌아가신 자신의 어머니, 작은 동네에 살 때 어머니와 잘 지내던 유일한 주민인 한 여자를 생각한다.

 

당시에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진 사람들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어머니의 신문 스크랩에서 단서가 제공된다거나 여태까지 봐왔던 방식으로 진부할 수 있는 비밀을 숨겨 놓는다거나 하는 것이 색달랐다. 특히나 추리극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소설을 다 읽기 전엔 독자가 그걸 잡아내기 힘들다거나 특이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도 구성 때문에 참신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도 이 소설만이 가진 특색이었다. 추리극이라고 하면 결말을 알고 나면 다시 읽고 싶어지지 않음에도, 이 소설은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했다.

 

사실 책을 다 읽기 전에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고 읽는 데에 조급함이 들었다. 주인공조차 결말 부분에 다다를 때까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익숙한 방식이 아니라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단편을 가지고 내가 모르는, 알 필요가 없었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같은 단어를 가지고 다른 느낌이 들게 사용한 작가의 표현법이 재치 있는 소설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어머니의 방식이었다. 자기 자신을 조금씩 밀어붙여서 낭떠러지 끝에 서게 한 다음, 그 아래를 바라보면서 아찔함을 느끼고, 동시에 아직은 안전하다고 안심하는 그런 방식 말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한평생 그렇게 실체 없는 걱정 속에 휩싸여 살았는지도 모른다. - P109

우리 어머니, 그러니까 너의 외할머니 말이야, 그분이 돌아가신 후로는 줄곧 난 엄마라도 된 것처럼 그 애를 대했던 것 같아. 그 애도 나를 엄청 의지했어. 겨우 네 살 차이였지만 그땐 그게 엄청 큰 차이라고 생각했나 봐.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게 내게 부여된 역할이었으니까.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었어. - P231



같은 의도의 다른 일면, 혹은 이중적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동일한 환상. 때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런 환상을 지속하고 있어서 무모한 도박을 한다. 왜냐하면 어떤 삶은 그런 식으로 매 순간 판돈을 걸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에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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