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솔직하다. 이 책에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는 ‘솔직함’이다. 진솔하다, 대범하다, 정직하다도 아닌 솔직하다, 라는 감상평을 가장 먼저 둔 것은 기자님의 태도나 문체가 그러하다. 그래서 말에 오해할 수도 있고, 말이 정확해서 찔릴 때가 있지만 말에 날이 서 있진 않았다.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 말할 때도 거침 없었고 자신의 실수를 회고하기도 하며, 동료의 몫을 깔끔히 인정하고 자신의 몫을 정확히 아는 기자님의 태도가 색다르고 남달랐다.
_
기자님이 편집장의 위치에서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고, 언론인, 출판인, 저자 등 글을 다루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이 자기 점검을 할 수 있는 물음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편집장으로서 한 경험을 가감없이 밝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에 관한 지침서 같기도 했고, 조직 생활을 하는 사람들, 신입사원에게는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지난 삶에 있어 도움이 될 책이 분명했다. 특히 취준생인 나에게 기자님이 사회는 이런 곳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아 정신이 바짝 들었다.
_
제목의 배열방식이 아쉽다. 여백을 많이 두어 가독성을 높이고, 파트를 나누거나 제목을 부여하는 방식 모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두 제목을 같은 열에 두면 더 깔끔하여 좋았을 것 같다.
_
✔️책속의 한줄
‘언제’라는 대명사가 앞에 붙는 ‘차나 한잔’의 시제는 머나먼 미래다. “언제 차나 한잔.” 차를 마시자는 것인가 말자는 것인가. 이 말은 “차나 한잔. 언제?”와는 명백히 다르다. “언제 차나 한잔”은 ‘언제’를 묻지 않는다. 그것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중략) 나는 그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언제 밥이나 한번, 언제 점심이나 한번... 이것은 회색빛 도시의 따뜻한 비극이 아니라, 미지근한 비극이다. 찬물도 아니고 더운물도 아니어서 느낌표가 붙지 않는 비극이다.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미담이 아니라, 침묵이 어색한 자들의 무의미한 미끼일 따름이다. 불확실, 불투명, 시점을 알 수 없는 공허한 약속. (p.13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