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열 시 반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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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마르그리트 뒤라스의여름밤 스페인 마드리드로 휴가를 떠나던 부부와 아이, 아내의 친구가 폭풍우로 인해 한마을에서 머물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에 당신을 초대한다. 이제 도착한 마을에선 살인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자신의 아내와 아내의 내연남을 죽인 남자,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는 범행 행방이 묘연하다. 아내 마리아는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그에게 매료된다. 어딘가 지붕 위에 있을 것이라던 남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 . 그리고 여름. 그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흐른다. 드디어 밤이 찾아 온다. 그러나 오늘 마을에는 사랑을 위한 장소는 없다. -43


02 ( 스포 )

폭풍우 치는 여름밤, 충동적인 욕구로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옥상에서 빼낸다. 자신의 차에 태워 그를 밭에 숨긴 마리아는 남편과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다시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땅을 지배한다. 마리아는 다시 밀밭에 돌아가 그를 국경으로 빼내는 일에 소극적이고, 변덕스러운 태도를 취한다. 마리아와 일행들은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숨긴 밭으로 그를 다시 태워 국경을 넘으려 했지만 이미 그는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한 뒤이다. 차에 돌아온 마리아와 남편은 다시 원래의 여행지를 목표로 여행을 재개한다. 로드리고 파에스트라를 자신의 차에 숨겨 달아나는 그녀의 행동 안에는 어쩌면 남편과 자신의 관계가 이제는 끝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있다. 그녀의 충동과 행동을 이끌었던 여름밤의 폭풍우는 이미 지나갔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자신의 권총으로 자살한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와 같이 남편 피에르와 마리아의 관계도 뜨거움 여름, 끝을 맞이한다. 그들은 관계의 끝에서 파소도블레를 추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03 

폭풍우가 몰아치는 여름에 일어난 충격적인 범죄와 범죄와는 전혀 상관이 없던 개인의 내면을 전지적 시점으로 끈질기게 추적하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이 긴장감 있게 얽히며 전개된다. 자신이 마주한 상황과 진실에 대해 체념적으로 묵과하고 있는 마리아가 지붕 쫓기고 있는 남자에게 집착하는 모습은 권태적이면서도 충동적이다. 여름밤 폭풍우와 천둥번개가 치는 스페인 한마을의 풍경과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힌 마리아의 모습이 중첩되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고독한 장면을 연출한다. 문장들이 담고 있는 여름의 폭풍우, 소나기, 바람, 태양, 뜨거운 열기들이 문장을 넘어 생생하게 그려진다. 불가능한 사랑에 대한 욕망에 허덕이는 이들을 냉소적이게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은 인물의 상념을 넘어서 우리의 삶으로 초점이 전환된다. 우리의 권태는 어디서부터 오는가?


🔖번개가 없이 연달아 치기 때문에 하나로 이어진 빛처럼 보인다. 천둥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강약의 파동은 소나기의 기세가 수그러들면서 점점 귀에서 멀어져간다. -9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무어라 형용할 없는 비의 냄새, 진창길에서 김빠진 냄새가 피어오른다. 로드리고 파에스트라의 죽은 형체, 고통에 죽고 사랑에 죽은 모습 위에도 비는 들판 위와 똑같이 쏟아진다. -44


04

생각보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장이 남긴 자리마다 여름의 풍경들이 되살아났다. 나에겐 한낮의 열정과 저물어가는 색색의 하늘, 푸른빛의 절정을 달리는 자연을 대표하는 여름이 권태와 상념의 계절이 있음을, 이렇게 설득력있게 다뤄질 있음을 깨달았다. 계절이름이 들어가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겨울에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읽는 것처럼 아마 매년 여름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여름밤 ' 생각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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