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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들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8월
평점 :
클리브던에서 의사를 하는 매던씨의 딸들은 신분에 맞는 학구적이고 우아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매던은 자신의 딸들을 빅토리아 시대에 걸맞는 이상적인 여성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아이들이 돈걱정없이 자신의 비호 아래에서 그들과 비슷하거나 더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해 가정의 천사가 되는 것. 그것이 그의 목표이자 마지막 과업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매던씨는 사망하고 그의 여섯딸은 800파운드의 유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딸들은 직업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여성에게 주어진 직업이 한정된 탓에 일명 ‘짝이 없는 여자’로 가난하게 살아간다. 그런 자매들에게 어린시절 연락이 끊긴 로더 넌이 편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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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놀랍다. 책의 뒷 표지에 있는 말처럼 나는 이 책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19세기의 남성 지식인 작가가 썼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고 인물에 대한 상세한 심리 묘사와 현재 페미니스트의 장에서 논의되고있는 여러 담론들이 19세기에도 존재했음을 알게해준다. 그리고 그 오래된 담론들이 어째서 21세기에도 여전히 논의되고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지긋지긋한 감정이 일었다. ‘짝없는 여자들’에 나오는 조지기싱의 여자들은 모두 설득력있는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어떤 인물은 비극적이고, 어떤 인물은 급진적이고, 어떤 인물은 안타깝다. 여성들의 역할이 한정지을 때 여성들은 생각하기를 멈추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버린다. 그것은 비단 여성에게만 비극이 아니였다. 그런 여성들과 함께 가정을 꾸려야하는 남성들에게도 그것은 비극이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얼마나 지독한 악몽을 주는 폐단이였는지 느낄 수 있다. 그 역할을 깨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야 여성들의 삶은 유한하게 확장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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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결코 되지 말아야하는 ‘짝없는 여자들’의 잉여성과 비주류를 반면교사삼아 당당하게 여성의 삶을 유한히 확장한다. 19세기와 21세기 여성들의 삶은 확연하게 변화했다. 하지만 오래된 담론들은 왜 아직도 변하지 않았을까? 기혼 여성이 출산과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여기지지만, 회사 내부에선 여성이 육아휴직을 하는 것 또한 이기적인 것이라 여긴다. 이래도 이기적이고 저래도 이기적이게 될 여성들은 결국 결혼을 포기한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들에 대해서도 이기적이라 여긴다. 여성들은 단지 비혼, 비출산으로 인류의 씨를 말리려는 것이 아니다. 인구절감 문제 이전에 여성을 단지 아이를 낳는 존재로 바라보며, 가임기 여성 지도를 배포하는 나라에서 여성들이 과연 아이를 낳고싶을지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또한, 인터넷상의 몇몇 루저들은 여성탓에 자신의 기회를 빼앗긴다고 생각하고, 남성들이 자신의 성역할을 이행하는 것에 대해 여성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분노가득한 페미니스트는 간혹 자신의 뜻과는 다른 여성들을 페미니스트의 적으로 돌림으로써 담론에서 거리를 두고있는 동지들의 어리둥절함과 반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19세기부터 시작되어 온 담론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고 방식엔 정답이 없어서 일것이다. 누군가는 이 오래된 담론에 피로감을 느낄테고 누군가는 당장에 바꿔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19세기부터 지속적이고 끈기있게 노력해온 페미니스트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현재 여성들의 삶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확장되었다고 생각한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행보에 오늘도 응원을 보낸다.
그렇게 짝 없는 여자들이 많아. 비관론자들은 그녀들의 인생이 쓸모없고 헛되고, 낭비되었다고 여겨. 하지만 그중 한 명인 나는 당연히 관점이 달라. 나는 그들이 대단히 훌륭한 예비병이라고 생각해. 여자 한 명이 결혼하면서 사라질 때 예삐병들이 세상의 일을 대신 하는 거야. 그들이 아직 훈련되지 않은건 사실이야.-준비되려면 멀었지. 난 그것 돕고싶은 거야. 예비병들을 훈련하는 일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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