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바가지 작은거인 16
홍종의 지음, 이현주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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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바가지라니~생각만해도 지저분하고 여기까지 냄새가 날 것 같은데~

뜻밖의  재밌는 사실 하나! 경상도 사투리로 북두칠성을 똥바가지라고 했다죠.

밤하늘 밝고 밝은 빛으로 길 가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어주던 바로 그 별 "북두칠성"의 또다른 이름이 똥바가지라니

대체 무슨 연유에서 였을까요~

 

제가 아이였을때 외할머니댁을 가면 집과 밭이 거의 붙어 있었답니다.

뒤로 난 방의 창을 열면 그 밑이 다 밭이였어요.

가끔 밖에서 놀다 보면 그 밭에서 용변을 보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

이상하고 신기하여 할머니에게 물으면 똥이 거름이 되고 그 영양분으로 풀이 더 잘 자란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저기 변소간에 모아둔 똥과 오줌도 나중에 밭에 다 뿌려질거라고..

그래서일까 어릴때는 똥을 누면서 내가 유익한 일을 하고 있구나 뿌듯할 때도 있었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어느새 10년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살게 된 요즘

아직도 똥을 퍼서 밭에 뿌리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첩첩산중 시골도 아니고 버젓히 옆동네에 아파트가 있는데 이쪽 마을에서 냄새나는 똥을 퍼대니 민원이 끊이질 않겠죠.

할아버지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하기만한 "망이", 

아이에게는 자기보다 더 우리 말을 못 해 안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엄마가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엄마,,, 가출한 아빠, 허구헌날 똥을 퍼대는 괄괄한 할아버지,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좀처럼 마음 쉴 곳이 없는 아이에게 또다시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이 닥쳤습니다.

엄마와 자신에게 보호막이 되어주면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후 모자는 남보다 더 한 가족들에게 온갖 수모와 멸시를 다 당합니다.

대놓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작은 고모, 겉으로는 작은 고모보다 조금 나은 모습이지만 결국 "망이"에게 남겨진 땅에만 관심이 있는 듯 보이는 큰고모...

결국 쫓기다시피 한국을 떠나 엄마의 고향인 필리핀으로 향하게 되는 두 모자의 모습이 가슴 아픕니다.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국제결혼을 통한 혼혈아이의 아픔에 초점이 맞춘 듯 보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살 곳을 잃은 사람들, 광주민주화항쟁의 군인이었다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은 아버지 등

사회적인 이유로 혹은 인간적인 이유로 도태된 무리들의 아픈 일상이 그려져 있죠

하지만 그 속에서 새싹 처럼 자라나는 아이와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이의 친구들의 모습은 한줄기 희망처럼 느껴진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반짝이는 희망의 빛, 그것이 바로 똥바가지에 담긴 뜻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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