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맞은 날 - 아이좋은 그림책 13
김지연 외 지음 / 그린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내 인생에 빵점 맞은 날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써프라이즈하게도 있었다!!

바로 중학교시절 한문시험

국어나 영어 수학이 아닌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문제를 하나도 못맞춘데서 오는 당혹감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다.

 

요즘 나는 여섯살 큰아이의 한글떼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녀석, 공부를 시작한지 몇달째인데도 아직도 가와 나를 헷갈릴때가 있다.

변명도 그럴싸한게 "ㄱ을 뒤집으면 ㄴ이 되는데 어차피 같은 글자 아니에요?"라고

이런 아이에게 좀더 자극을 주고 싶어 종종 받아쓰기를 하곤 하는데

아이는 너무너무 쉬운 글자인 "나무"조차도 틀려 빵점을 맞을때도 있다.

달랑 다섯글자 정도를 받아쓰는데 틀리다니!! 그것도 쉬운 글자로만 테스트하는데!!

결국 나의 화는 폭발하고 아이는 금새 풀이 죽는다.

 

빵점맞은날은 빵점을 맞은 데서 오는 황당함과 빵점맞은 시험지를 엄마에게 보여줘야하는 난감함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아이는 그냥 몰래 넘어가려하지만 세상의 모든 용의주도한 엄마들이 그러하듯 아이의 엄마 역시 오늘이 시험점수 나오는 날이란걸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 어린 아이의 순진한 거짓말도 그냥 덮어주지 않는 야속한 엄마,

게다가 엄마는 빵점을 맞았다는 사실보다 숨기려했다는 사실에 실망까지 하셨다..

다행히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부드럽게 타이른다.

그날 밤 아이는 빵점맞은 시험지를 묻었는데 백점 시험지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를 꿈꾼다. ^^

 

역시 아이들에게는 햇볕정책이 잘 먹히나보다,

특히 아이 스스로 너무 두려워하고 있을때, 혹은 당황했을때 다그치기보다는 달래고 칭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우리의 빵점 맞은 주인공이 엄마의 너그러움에 다음에 시험을 잘 보겠다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만봐도 말이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받아쓰기를 강요하며 실망한 내색을 팍팍했던 내 자신이 살짝 부끄럽게 느껴지는 그림책, 아이는 책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는 자신이 숱하게 빵점을 맞는건 까맣게 잊었는지 그림속 아이가 빵점을 맞았다고 낄낄거리며 웃기만 했다.

그리고 자신은 거짓말을 안한다며 잘난척까지 했다.

 

아이가 자라서 빵점 맞아 힘들어하는 것도 싫지만,, 두려움에 거짓말하는 일이 없도록 학습에 관한한 좀 더 너그럽게 대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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