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느닷없이 떠난 인도를 시작으로무려 23년째 여행중인 저자는 어느 날, 언제부터 같이였는지 모를 커다란 종양을 발견하게 되요. 그것도 지름이 자그마치 21센치미터의, 초거대 종양이란 이름도 귀여워지는, 사망 확률 80%의 종양을 말이죠.도저히 암이라고는 생길 수 없는 삶을 살았다 자부하는 그녀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죠. 책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요.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나는 헤픈 본성이 시키는 대로 거침없이 쾌락적인 삶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질펀하게 살았을 것이다. 어차피 초거대 종양에 먹혀 버릴 간이니 밤새 바닷가 바에서 데킬라를 마시고 춤을 췄을 것이다. p.28 받아드릴 수 없는 현실이지만, 결국 그 현실은 오롯이 그녀의 몸을 훑고 지나가고 증표를 남겨요. 아주 커다란 수술 자국을 말이죠. 수술 후의 고통도 어마어마했어요. 갈기갈기 난도질당한 몸속을 채칼로 긁는 듯한 고통은 기침조차 두렵게 만들었죠.이 고통과 두려움이 섞여있는 상황에서도 저자의 위트는 읽는 이를 웃게 만듭니다.“그냥 데비라고 부르세요.”란 심리치료사의 말에 저자는 말해요.“그럼 난 그냥 센이라고 부르세요.”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5번은 넘게 본 지라 듣자마자 피식 웃음이 터졌답니다.왜 하필 센이었을까? … 치히로에게 그 마을의 대장격인 할머니가 ‘너처럼 하찮은 계집애 이름으로 치히로는 너무 거창하다‘며 단출하게 줄여준 이름이다. 지금 내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 같았다. p.82이런 저자 특유의 위트들은 책을 가득 채워 고통과 두려움의 이야기를 결코 무겁지 않게 해요.여러 고통의 구간을 지나고 저자는 깨닫습니다.삶은 이미 내게 주기로 약속한 것을 다 주었구나. 내게 보여주기로 한 풍경들을 모두 보여주었구나. 그건 애써 얻지 않았기에 의미 있고 소중했다. 진정한 마법이란 그렇게 일어나는 거였다. 내가 원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그냥 스르륵 이루어지는 것. p.229책에는 아주 많은 감정이 담겨있어요. 그것이 아마 저자의 특기인 듯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오롯이 느낀 독서는 참말 즐거웠습니다. 마음이 방황 중이라면 꼭 읽어보시길요!당신의 소원을 발견할지도!-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