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어야 문을 여는 비밀스러운 화과자 가게, 화월당.그 화월당의 주인이 된 스물일곱의 연화.삶이 달아나도 인연은 달아나지 않는단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생의 유랑을 마친 할머니가 떠나는 날은 화창했다. 늘 소박하고 고요했던 그녀를 추모하기 위해 죽음조차도 햇살이 되어 내려앉았다. 풀꽃들이 유달리 아름다웠던 봄날,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화월당은 망자들을 위한 곳, 밤이면 망자들이 이 곳을 찾아 사연이 담긴 디저트를 구매해요. 삶은 사라졌지만,인연은 아직 그대로인 그들을 위해 연화는 디저트를 만들어요.당연하겠지만, 망자들의 사연은하나같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새로운 손님이 등장하면그 손님이 망자임을 알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깁니다. 그리곤 결국 훌쩍이고 글성이게 되죠.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삶이 달아난 자리에서 끝나지 않아요. 인연이 머물러 있는 그 자리에서 다시 꽃피죠.시큰했다가 몽글해지는?거기다 문장들이 어쩜 이리도 좋은지요!- 주어진 상황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타인의 기준에서 안타까운 일이라 평가되는 것들도 그들에게는 축복을 위한 계단이 될 뿐이었다.- 그리움이란 주말 낮의 점심 식사 같은 것. 수없이 반복됨에도 늘 각별했다.-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자들은 결코 가난으로 외로워지지 않는다.- 정답을 기다리는 일까지도 모두 정답의 과정이랍니다.- 그 비밀들에도 모두 얼굴이 있어 갸륵한 모습을 숨기고 있었구나.일부러 문장들의 페이지는적지 않았어요. 화월당에서 직접 만나보며 '아, 누가 이 문장을 이야기했었지.'라고 떠올려 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콧등이 시큰, 마음은 뭉클한 그런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