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로드 - 당, 거란, 신라, 일본으로 가는 길
윤재운 지음 / 평사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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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의 흐름 속에서 발해는 늘 잊힌 제국 혹은 멀리 있는 역사로 취급받곤 했다.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았으나 문헌 기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교과서의 몇 페이지 안에서만 발해를 만났다. ‘발해로드는 이러한 관념적 역사를 현장의 역사로 끌어내린다. 저자가 직접 발해의 옛 영토인 만주와 연해주 일대를 누비며 기록한 이 책은, 박제된 유물 속의 발해가 아니라 광활한 대륙을 경영했던 역동적인 발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낸다. 특히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역사를 잠식하려는 주변국의 시도가 거센 지금, 이 책은 단순한 답사기를 넘어 역사적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논리적 방패이자 창으로서 그 가치가 빛난다.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이끌고 동모산에서 ()’을 건국한 시점부터 시작하여, 전성기 해동성국의 위용을 떨치고 926년 거란에 의해 멸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발해의 51562주라는 행정 체계가 단순한 모방이 아닌, 광활한 영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독자적인 시스템이었음을 강조한다.

 책의 핵심은 발해의 독자성에 있다. 당나라의 문물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발해만의 색채로 재해석한 건축 양식, 독자적인 연호의 사용, 그리고 일본에 보낸 국서에서 스스로를 고구려 국왕 혹은 천손이라 칭한 기록 등은 발해가 당의 지방 정권이 아닌 엄연한 황제국이었음을 증명한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상경용천부의 거대한 성터와 이불병좌상의 신비로운 미소 속에서 발해가 꿈꿨던 이상향을 마주하게 된다우리가 발해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사의 외연 확장이다. 신라 위주의 통일 사관에 매몰될 경우 우리 역사는 한반도 남쪽의 작은 반도로 축소된다. 그러나 발해를 우리 역사의 정통으로 수용할 때, 한국사는 만주와 연해주, 나아가 중앙아시아와 연결되는 대륙로서의 생명력을 얻는다. 이는 학생들에게 좁은 국토에 갇힌 민족이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선조들의 기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둘째, 남북국 시대 사관의 정립이다. 유득공이 발해고에서 주창했듯, 신라와 발해를 남과 북의 국가로 인식하는 것은 현재의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의 통일 한국을 구상하는 데 필수적인 역사적 근거가 된다. 발해를 잃는 것은 우리 역사의 절반을 잃는 것과 같다현재 중국은 발해를 당나라의 일개 지방 민족 정권으로 규정하며 자국사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발해로드는 이러한 왜곡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고고학적·문헌적 근거를 제시한다혈연과 문화의 계승: 발해 지배층의 대다수가 고구려계였으며, 발해의 온돌 구조와 무덤 양식은 고구려 문화의 직접적인 계승을 보여준다. 발해가 당과 대등한 관계에서 외교를 펼쳤으며, 때로는 당의 등주를 공격할 만큼 강성한 군사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지방 정권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러한 객관적인 팩트를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을 주문한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발해로드의 내용을 교육에 접목한다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헌이 부족한 발해사의 특성을 이용해, 유물 사진과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들 스스로 발해의 정체성을 추론해보는 역사 탐정식 수업이 가능하다. 다문화와 통합의 발해는 고구려인과 말갈인이 조화를 이루며 세운 다민족 국가였다. 이는 현대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가치를 가르치는 좋은 사례가 된다. 발해는 당, 일본, 돌궐, 신라와 복잡한 외교를 주고받았던 국제적인 국가였다. ‘발해금’, ‘담피(담비 가죽)’ 등 무역품을 통해 발해의 경제력을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이 경제적·문화적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다.

 ‘발해로드는 우리에게 발해를 사라진 제국으로 박제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저자가 밟아온 그 길은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우리가 회복해야 할 역사적 자존심의 길이다. 고등학생들에게 발해는 단순히 시험 문제의 정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의 뿌리를 대륙으로 뻗게 하는 상상력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덮으며 우리는 다시금 깨닫는다. 발해를 기억하는 일은 고토를 회복하자는 민족주의적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우리 민족이 지녔던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유전자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다. 교육 현장에서 발해로드가 제안하는 이 뜨거운 여정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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