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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평점 :
아무리 일본을 잘 모른다지만 정말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 동안 세계 최정상으로 우뚝 선 일본의 반짝이는 빛 뒤에 가려진 잊혀진 국민들에 대해서 살을 에는 듯한 통렬함으로 서술하고 있다.
최근에 영화로 나와서 이제서야 관심을 가지게 된 군함도를 방문하는 것으로 강상중 교수님의 이번 여행은 시작된다. 에너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의 슬로건 아래 '감옥'과도 같은 군함도의 하시마 탄광은 발전과 성장이라는 일본의 꿈에 가려진 가혹한 현실이었다며 성장을 떠받친 사람 기둥 없이는 지금의 일본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2016년 가와나와현의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차별이라는 일본의 고질병을 보여주고 있다. 나치의 우생사상에 영향을 받은 일본의 '국민 우생법'이라는 게 열등한 생명을 배제하고 우수한 생명을 육성하고자 전쟁후에 유전질환자와 장애인 등에 대한 임의 혹은 강제 낙태를 합법화 했다는 내용은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1945년 미군과 일본군의 오키나와 전투가 끔찍했다는 것은 여러 영화 등을 통해서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 그렇게까지 심각했던 데에는 일본군에 의해 오키나와주민에게 강요된 '강제집단사'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것도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미군에게 쉽게 항복할 정도로 오키나와 주민을 '충성심 없는 반 일본인' 정도로 취급했기 때문에 이런 살상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오키나와 사람들은 군대가 없어져야 자기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얼마나 슬프고 아이러니한 일인지 모르겠다.

역사가 국가와 국민의 역사에 머문다면 "땅에 쓰러진 사람들을 짓밟고 나아간"승자의 역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뒷면에는 변경이 짊어진 말할 수 없는 고역이, 야만의 기록이 새겨져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일본이 세계 강대국으로 올라서면서 그의 그늘에 수많은 약자와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어느정도 공감은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강상중 교수님과 같은 영향력있는 지식인이 끊임없이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 책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무래도 일본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유사 인텔리'가 있나 생각하다가 얼마전에 이슈가 된 위안부 할머니 사건이 갑자기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마음아픈 스토리의 주인공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변하고 여러가지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람이 알고보니 누구보다도 할머니 등골을 빼먹고 있었다는 그런 마음아픈 기사였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그들을 향한 사회의 보호를 위해 영향력 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강교수님 같은 분이 계셔서 곤경에 처해 있는 사회적 그늘을 좀 더 활발하게 공공의 장으로 끌어내 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내일은 좀 더 희망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