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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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지난밤 일세령호의 재앙이라 기록했다. 아버지에게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를 그의 아들이라 불렀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8)에서 지난밤2004912일 새벽이지만, 재앙의 시작은 2004827일 금요일 밤 1040분경 교통사고였다. 사고는 살인으로, 살인은 복수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꽤 길다. 등장인물은 간단하다. 살인마와 그의 아들, 살인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과 느닷없이 그들의 인생에 동참하게 되는 소설가 승환으로 압축할 수 있다. 구조도 간단하다. 소설 속에 소설이 등장해 빠르게 혹은 촘촘하게 달려갈 때 독자에게 필요한 건 넉넉한 시간과 든든한 뱃심이다.

 

미치광이 살인마와 그의 아들 서원의 뒤를 쫓는 사람은 살인마에게 열두 살 딸 세령을 잃은 오영제다. 그는 피해자이자 가해자다. 사이코패스라 불리는 진짜 악마이기 때문이다. 승환은 자책을 덜어내기 위해 7년이나 아주 잠깐 룸메이트였던 서원의 보호자가 된다. 지은이는 오영제보다 살인마로 낙인찍힌 서원이 아버지 최현수에게 공을 들인다. 그가 살인마가 되는 과정과 살인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승환과 현수를 통해 한집안의 희망이 되고,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대학에 다니는 의미“(323)를 묻기도 한다. 이때 희망은 때로 절망보다 더 큰 무게로 삶을 눌러댄다.

 

  승환은 서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사실과 사실 사이에 숨겨진 진실을 알기 위해, 자신의 자책을 내려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서원은 잊기 위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현수는 아들을 위해 마지막 작전을 짠다. 영제 역시 마지막을 위해 시간을 벼른다. 결과는 현수가 사형 전에 남긴 책 제목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518)에서 알 수 있다. 이는 <죽음의 수용소>(빅터 E. 프랭클/청아)에 나오는 구절로 지은이가 소설을 끝내고 간절하게 바란 무엇과도 같다. 평범한 삶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 본성에 관심이 많다는 지은이가 우리 삶에 대한 예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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