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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즐겁다 ㅣ 사계절 1318 문고 67
김이연 지음 / 사계절 / 2011년 1월
평점 :
“저에겐 행복이란 주변 사람들이, 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주변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행복을 말하기 어렵겠죠. 인류의 불행 앞에서 자신의 행복만을 음미하기 어려울 테고요. 해서 모든 행복은 순간적이며 상처받기 쉬운 행복입니다.” 「나는 즐겁다」를 다 읽고「책을 읽을 자유」(이현우 / 현암사)에 나오는 로쟈 의 행복론이 생각났다. 로쟈의 말대로라면 주변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넘치는 세상이다. 나와 다르면, 보편적인 삶에서 벗어나면, 내게 방해가 되면 비난하고 무시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중학교 3학년을 혹독하게 보냈다. 그만큼 성장했지만,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거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6년째, 아빠는 엄마 몫까지 이란과 오빠 이락을 키우느라 자신의 삶은 없다. 우연히 이란은 밴드의 보컬이 되고 자신에게 노래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깨닫는다. 문제는 오빠의 고백이었다. 게이인 아들을 부정하고 자신을 탓했던 아빠는 고등학생 아들이 게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매를 맞고 학교에서는 전학을 요구하자 아들을 지지하기 시작한다. 물론 이야기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겪을 만큼 아플 만큼 아빠와 이락은 마음고생을 했다. 그런 아빠에게 소득이 있다면 아빠도 자신의 인생을 찾기로 한 일이다.
밴드 영양실조의 구성원 모두는 저마다 아픔이 있다. 거식증에 걸린 여학생. 뚱뚱한 아줌마. 서른이 넘어도 제 밥벌이를 못 하는 아저씨. 무대에서 긴장하는 기타리스트. 게이 오빠를 둔 이란까지. 정말로 혼자는 행복해질 수 없는 조합들이다. 어쩌면 우리네 사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조금만 둘러보면 하나의 상처는 모두 갖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내게도 옆 사람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행복하냐고, 편안하냐고. 그렇게 마음을 나누어 묻고 답하다 보면 즐거움에 좀 더 다가갈 거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란의 이야기에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