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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저편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4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1월
평점 :
알렉스 쉬어러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쫓기는 아이」(봄나무 / 2010)를 시작으로 이 책까지 8권을 읽었다. 그중 「투명 인간의 양말」(개암나무 /2008)만 동화이고 나머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소설을 좋아하다가 지은이가 궁금해 이력도 여러 번 읽었다. 영국 스코틀랜드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경영학과 광고를 전공했으나 트럭 기사 등 서른 가지 이상의 직업을 경험했단다. 애칭은 “아동 청소년 모험 소설의 왕”이지만,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며 지은이는 싫어한단다. 국내 작가라면 인터뷰나 작가 만남을 통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을 텐데 싶었다. 이번 책「푸른 하늘 저편」도 훌륭하다.
해리는 죽었다. 누나랑 펜 때문에 싸우다가 펜을 사러 자전거를 타고 나선 길에 10톤 트럭에 치였다. 작별 인사는 아무하고도 못했다. 할 새가 없었다. 저승에 도착한 해리가 죽음을 받아들이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죽어도 삶의 의미는 모른다는 점과 유령은 무서운 게 아니라 슬픈 존재라는 거다. 제일 아쉬운 건 자신의 장례식을 보지 못한 일이지만, 해리에겐 더 큰 문제가 있다. “내가 죽어봐, 그땐 후회하게 될걸?”이라고 집에서 나오기 전에 누나에게 했던 말이 진짜 후회됐다. 할 수만 있다면 누나에게 사과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저승에서 해리의 가장 큰 소원이다.
늘 그렇듯 책은 경쾌하다. 지은이의 유머는 저승에서도 통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쉬운 말들로 짧은 문장과 대화체를 이용해 200쪽 넘는 분량에서 주제를 놓치지 않는 솜씨가 대단하다. 번역 작품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책에는 문학을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질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하나로만 승부를 건다. 이야기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재미있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지 하나같이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재미 속에 담긴 의미는 저절로 스며든다. 해리 이야기로 돌아가면 해피 앤딩으로 끝난다. 지은이 상상 속 저승 모습이 우리와 비슷해서 반갑고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