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풍경 - 끈 이론이 밝혀낸 우주와 생명 탄생의 비밀 사이언스 클래식 18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김낙우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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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설, 신화, 역사 등을 들여다 보더라도.... 우주에 관한 글을 쓰는 물리학자들의 글에 비한다면 그 상상력은 애들의 장난으로만 보일 뿐이다. 빅뱅 이후 최초 5분 간 이 우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논한 글을 보던 난 그들의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상상력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빅뱅 자체부터가 기괴하고 있을 법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말장난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런 있을 법하지 않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끌어들이는 논리 사슬은 매력적이다. 이 우주는 기괴하지만 이 기괴한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분투하는 물리학자들의 투쟁은 처절함을 넘어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뉴턴 역학부터 시작된 '완벽한 이론'에 대한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욕망은 거의 광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완벽한 이론은 단지 과학사에 한정에서 하는 말이다(어떤 면에서 보자면, 과거 조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원시 창조 신화나 기독교 창조론 또한 종류는 다르긴 하지만 완벽한 이론의 일종이라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 광적인 욕망으로부터 나온 방정식들은 우아하다. 물론 서스킨드가 이 글에서 말한 것처럼 이 우아하다란 말이 어떤 뉘앙스로 와닿을지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기괴한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서 과학자들이 끌어들이고 발견하고 설명하고자 하는 괴상 망측한 기본 입자들... 광자, 중성미자, 글루온, 힉스... 이런 것들 정말 기묘하다. 하지만 납득은 간다. 특히 그들을 끌어들여 설명하고자 애쓰는 물리학자들의 분투와 노력, 논리들은 우아하다. 방정식이 우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이 우아하다. 더구나 진공 에너지에 이르게 되면 아주 그냥 낯선 골목길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빈둥거리며 '진공 에너지'란 이미지를 떠올리며 골똘히 생각하면 뭔가 모르게 재밌고, 마치 물 흐르듯 시간의 흐름에 내 마음을 맡기는 것 같아 유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것 같다.  

이런 모든 기묘한 입자들과 그에 따른 논증들이 나온 원인이 '우주 상수'라는 극도로 자그만 악마(소수점 120자리에서 겨우 0이 아닌 수가 나오므로) 같은 농간에 물리학자들이 놀아나는 듯 하여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 박사'를 보는 듯 하기도 하다. ...특히 과학자들이 금기시한 '인간 원리적 사고' 자체를 유용한 우주 연구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서스킨드의 논증엔 대범함 마저 느껴진다. 마치 파우스트 박사가 메피스토펠레스마저 구원의 한 식구로 만들어버리는 듯 하다. 일반 상대성 이론, 양자 이론... 끈 이론, 그 통합인 M이론...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우주 상수란 자그만 악마를 끌어안기 위한 이론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 결말이 어떻든 ... 우주는 기괴하지만 아름답다. 특히 상상력을 뛰어넘는 그 엄청남에 우아하다라는 말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 우주란 녀석에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 있다. 과학자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꿈꾸는 사람이고 그들은 그 무한한 상상력에 '우아한 논리적 사슬'이란 꼬리를 붙이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게다.  

 크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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