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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 세트 - 전2권
폴 존슨 지음, 조윤정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평점 :
20세기 현대사를 연대별로 정리하기 위하여 이 책을 보는 것이라면 나름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폴 존슨이 역사를 전개해 나가는 기반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인식론이 '도덕적 상대주의'가 낳은 폐해라는 것이 자립잡고 있으며, 바로 이 도덕적 상대주의가 20세기의 비극을 낳은 주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적 근거는 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도덕적 상대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은 다소 모호하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심리이론에 기반을 둔 모호성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단지 표리적 현상만 다루고 난 다음 몇 페이지를 넘어서면 어느새 '도덕적 상대주의'가 아주 탄탄한 이론이 되는 것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글의 전개 방식이 상권의 경우만 예를 들자면, 이미 2차 세계대전이라는 결말을 염두해 둔 서술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간다는 점에서도 순수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이나 평가가 아니라 저자 자신이 생각하는 사견을 역사적 사실인냥 기술하는 것 또한 아주 거슬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대인 대학살' '레닌-스탈린 독재 정치 기간 중 벌어진 러시아인 대학살' 등을 단순히 '도덕적 상대주의'에 기인한 결과라는 식으로 밀어부치는 부분을 접할 때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신'의 부활을 꿈꾼 것일까?
또 하나 지적하고 넘어갈 부분은 그의 역사관이 지극히 엘리트 중심적 시각이다. 역사적 결단이 소수의 엘리트 전위대들에 의해 움직인 것인냥 서술해 나간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민중의 생각과 움직임은 완전히 무시된다.
그리고 서구 지식인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교과서적이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장졔스나 모택동은 히틀러나 스탈린과 다를바 없는 살인자일 뿐이라는 지적, 인도의 간디와 네루 또한 인도 미래에 대한 비젼은 없으면서 쓸데 없이 독립 후 인도를 혼란의 정국으로 몰고간 무능한 인간 내지 변태적 성향을 지닌 기인이나 군벌 정도로 취급하는 부분... 여기엔 아시아인 스스로 국가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없음을 기반에 깔고 있는 듯 하다. 또한 비서구 국가들의 근대화는 서구 제국주의 활동의 결과로 이루어진 혜택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부분에선 분명 시각 차이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을 단순히 일본 국내의 정치 분쟁의 희생양으로 서술한 것 또한 썩 그렇게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다. 물론 여기엔 일본 근대화(비서구 사회)를 신비주의로 밀어부치고 있다. 일본 사회는 의회제도 그렇다고 법률도 없었으며, 천황 중심의 신국이었지만 천황 또한 정치적 실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흘러가는 데로 막무가내로 흘러간 국가라는 둥,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과 서구와의 전쟁은 전형적인 식민전쟁 양상으로 압도적으로 서구가 우세했다는 식은 가히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의 백미라 하겠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책은 두껍지만 읽기가 수월했다는 것이 그 유일한 장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