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 12 -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는 차구나, 완역 결정본, 완결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열국지를 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삼국지>>를 2번 연거푸 읽고, 다음으로 <<초한지>>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중국 역사 소설 속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출판사 예지원에서 나온 <<소설 강태공>>을 읽으며 중국 역사 소설에 대한 허전함을 채워야 했다. 그러다 3학년 때, 김구용씨가 번역 출간한 <<열국지>>를 접하게 되었다. 난 이 <<열국지>>를 통해 단순히 삼국지적 역사 소설의 즐거움이나 무협지와 같은 황당한 동양식 판타지류 재미에서 벗어나 동양 고전과 역사를 알고 싶은 방향으로 독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통해 서양 고전의 영역에 발을 디뎌 놓을 수 있었듯이, <<열국지>>는  동양 고전의 심오한 영역에 첫 발을 내딛는 안내자로 활용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다. 70여 개국이 넘는 춘추시대... 마치 봄 날에 동산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피 듯이 곳곳에서 주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중국 각처에서 제후국이 일어났다. 이때, 오패의 맹주라 부르는 위대한 제후들이 나와 천하의 질서를 그나마 유지했다. 제나라의 제환공, 진나라의 진문공, 또 다른 진나라의 진목공, 그리고 오왕 합려와 월왕 구천... 그리고 그들 못지 않는 경과 사에 해당하는 인재들로 명재상인 관중, 충신으로 이름을 남긴 신포서, 한식의 고사를 남긴 개자추, 춘추시대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장군 중 하나인 오자서, 희대의 병법서를 집필한 손무와 손빈...  수 없이 많은 영웅들과 간신 경국지색들이 등장하여 살다가 간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마치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듯 제후국들이 몰락하니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을 끝으로 춘추시대의 막을 내렸다.  

한, 조, 위, 진, 제, 초, 연 이 일곱 나라가 중국의 판도를 서로 가르니 이들을 가르쳐 전국칠웅이라 하였다. 여태껏 가장 후진국에 쳐져 있었고, 항상 오랑캐와 뒤섞인 혼열 국가라 비난 받든 진은 효공 때 이르러 외국 인재를 수용하여 개혁하니 이것이 상앙의 변법이었다. 당시 강한 국가였던 위나라를 물리쳐 그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진은 수도를 대량성으로 옮기고 부국강병의 개혁의 박차를 가하였다. 이후 한, 조, 위는 차츰 진에 복속되어가면서 마침내 진은 전국칠웅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소양왕 때 이르러 그 국세는 중국 전체로 퍼져 나가니 진은 서쪽의 패자요, 제는 동쪽의 패자라 칭할 정도로 중국 판세는 이등분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진시황의 등장과 명장 백기, 이사 도움으로 일통천하를 이룩한다. 실로 550 여 년간의 기나긴 산통의 결과일 것이나 역사의 흐름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서막에 불과한 것임을 이 책은 꼬집고 있다. 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던 <<오자병법>>의 저자인 오기, 현자들의 파수꾼인 맹상군, 합종연횡의 거대한 전략을 세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장의와 소진, 비련의 천재 이론가 한비자, 비상한 사람 장사의 대가 여불위, 최초의 중국 황제 진시황, 희대의 자객 형가, 재상 이사... 

오늘날 현대사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의 보이지 않는 외교사는 그 형태만 달라졌을 뿐, 춘추전국시대 각 제후국 간에 벌어졌던 분쟁과 비교했을 때, 그 알짜배기는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국가 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얼마나 되랴?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동지는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그 말을 통감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현대 정치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세계관을 <<열국지>> 만큼 잘 보여주는 책이 또 있을까? 오늘날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회개혁론이니 정치학이니 경제학이니 하는 것들을 우린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출현으로 그 비슷한 양상을 볼 수 있다. 그러기에 <<열국지>>의 세상은 축소된 '전세계'라 해도 무방하다.  

<<열국지>>를 읽었다면 다음 독서로 <<삼국지>>류의 글이 아니라 <<한비자>>를 읽는다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독서로 나가는 발판이 될거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젠 <<한비자>>를 읽으며 과거 2200여 년 전에 진시황이 무릎을 7번 쳤다고 할 만큼 명저인 그 글을 이제 우리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크네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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