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읽었다.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 즐거움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질 일들을 미리 보는 듯 하여 단지 두려웠다. 이 책은 나에게 유익한 책이 아니라 어떤 행동을 해야 될 지를 알려주는 '행동 지침서' 같았다. 현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터지기 시작한 국내 여론을 접하면서 '광우병'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었다. ...사실 난 이 책을 보기 전까진 단순히 '쇠고기 협상 문제'는 정치적 경제적 입장에서 이번 사안에 접근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처음 펼치는 순간까지 난 평정심을 유지한 체... 심지어 편안한 지적 유희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태껏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병원균, 리케차, 박테리아... 같은 핵산을 가진 미생물들이라는 것. 그런데 '광우병'을 일으키는 물질은 '프리온'이라 부르는 단순 단백질이라는 것.... 300도에 가까운 고온에도 죽지 않고, 포름 알데히드와 같은 독성 물질에도 죽지 않고 산다는 것, 강력한 방사선을 쬐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수분과 영양분이 없는 매마른 토지에서도 3년 이상 생존한다는 등등의 내용을 읽으면서... 단순한 지적 요인은 이미 저만치 사라졌다.

기존 생물이 가지고 있는 '면역체계'는 무용지물이라는 것, 종간의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더구나 더더욱 무서운 것은 현재까지도 프리온 물질이 동물의 몸속에 들어가서 어떻게 번식하고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해선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는 사실... 대다수 의료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또한 보통 일반인들처럼 프리온성 질환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것... 반면 이 병의 치명성은 치사율 100%라는 것. 발병 진행과정, 병 증상, 진단 등이 대단히 까다롭거나 아직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난 경악했다.

사실 이 병의 존재는 다른 독서를 통해 어렴풋이 느끼곤 있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에서 태평양 제도 일대의 섬들에서의 '식인풍습'의 빈번함과 그 섬들의 인구가 급감한 공통적 사실... 어떤 섬은 수 천명이나 살던 인구가 풍부한 지역이었지만, 19세기 서양 제국주의 군함이 도착할 즈음에 무인도가 되었던 섬들이 제법 있었다는 사실, 주 원인은 자연 파괴로 인한 식량부족이지만 풍토병인 '쿠루병' 같은 것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한 느낌이 구체적인 공포로 바뀌게 되었다.

연이어 터져나오는 정부의 반응은 나로 하여금 어의 없게 만들었다. '광우병 괴담'!! 도대체 정부측에서 나올법한 반응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치가 떨린다. 난 이후 이 책의 내용을 A4용지 7장 분량 정도로 요약하여 아는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내 알리기도 하고 이 책을 꼭 읽어보라 만나는 사람들마다 권하고 있다. 원래 독서는 감정이 앞서면 결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책은 아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덩어리라 더더욱 중립을 지키고 냉철하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단 문학책은 제외). 분명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도 그러한 종류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이러한 생각들은 허물어져 버렸다.

단순 지적 유희를 넘어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어떤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 내게 하는 책이다. 지금 이 시간 밖에선 어린 학생들이 한 손에 촛불을 들고 다른 손엔 생수통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여기에 어른들도 공감을 하여 같이 행동하고 있다. 정부측에선 '촛불과 생수통'이 아주 무서운 무기인가 보다. 수 천명의 경찰들을 배치해서 그들을 막고 강제 해산시키고 있으니... 누가 '정치색이 짙은 글'이라 하든 말든 난 '생존권'과 관련된 일이라 이렇게 감정에 치우친 독서평을 쓴다. 

다른 책이라면 단순히 편한 마음으로 '권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만큼은 아니 제목을 다시 써서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를 꼭! 읽어보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죽음의 향연>>이란 책도 꼭 읽어보시라 부탁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지적 향연이 아니라 이 책들을 통해서 그야말로 '현실'로 직면한 공포라는 것을 직접 체험함과 동시에 언론과 정치계에 난무하는 온갖 거짓과 왜곡이라는 혼란 속에서 독자는 인간사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가지게 될 거라는 것도 아울러 언급하는 바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책 자체의 내용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직시하는 것까지 보다 더 큰 독서 체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독서란 세상을 보는 눈도 기르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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