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망상 - 만들어진 신이 외면한 진리
알리스터 맥그라스 외 지음, 전성민 옮김 / 살림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대학시절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읽고 나서 하랄트 뮐러의 <<문명의 공존>>이란 반박서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나에게 균형잡힌 시각과 보다 높은 차원의 비판적 독서가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나에게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기억이 결국 '도킨스의 망상'이란 타이틀을 내건 이 책을 사게 된 듯 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를 꾸준히 읽어온 나에게 <<만들어진 신>>이란 책은 비록 도킨스의 팬이긴 하지만 약간은 건방져 보였다. 과학자가 어떻게 신이란 영역까지 침범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최근 미국 내에서 소위 창조론자라고 불리우는 자들의 한심한 작태(한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 들어있는 다윈론을 문제 삼으면서, 창조론을 생명과학의 교과목으로 채택하려는 소위 역사적 반동 사건, 흔히 중세로의 회귀를 하려는 광신적 움직임)를 알게 되면서 도킨스의 책을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그는 사실 이 책을 저술할 생각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창조론자들과 그들의 변칙적 협조자들인 지적 설계론자 그리고 급진적 진화 찬동자들이 등장하면서 종교의 문턱을 넘어서 과학계와 교육에까지 마수를 뻗히는 모습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상황에 나온 책이라 여겨져 나에겐 더더욱 도킨스의 저서가 와 닿았다. 이어서 읽었던 책이 맥그라스 부부가 쓴 책이다.

도킨스의 풍부하고 여유가 넘치는 글과는 다르게 맥그라스의 글은 온통 성급한 저술에서 보이는 허술한 논증과 뻔한 대응 외엔 아무것도 아닌 허술한 극히 개인적인 감정적 글들만이 그것도 아주 엉성하게 얽혀 있는 잡스러운 글들만이 보였다. 헌팅턴과 뮐러의 관계처럼 보다 높은 차원의 비판적 독서는 고사하고 나에게 짜증만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혹시 건질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정말 곤혹스럽게 맥그라스의 글을 끝까지 읽기는 읽었지만... 정말 맘에 안드는 글이다. 이런 글을 두고 기독교계에서 반기는 듯한 반응을 보면 어지간히도 도킨스의 글에 기가 질렸나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글을 먼저 읽고 도킨스의 글을 읽던, 도킨스의 글을 먼저 읽고 '도킨스의 망상'을 읽던 그 결과는 이 두 책 사이의 엄연한 수준, 내용, 준비 등에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과 안 좋은 책의 전형을 엿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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