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지낸 형제. 다시 만나게 된 그 상황이 마음 아팠다. 아빠를 따라왔지만 아빠 없이 할머니, 고모와 지내는 형 연우, 엄마를 따라갔지만 엄마의 재혼으로 할머니, 고모와 형에게 오게 된 동생 철우. 행복하게 재회해서 함께 살아가도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많을 사춘기 형제일 텐데 형의 아픔과 동생의 오해가 서로를 막아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 형은 부모의 다툼을 보며 혼자 귀를 막고 잠자기를 택했고, 동생은 온몸으로 부모의 다툼을 막으려고 애썼다. 작은 아이가 어른에게 매달려 말리려고 한들 가능했을까? 몸도 마음도 무너질 듯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잠자고 있는 형을 보며 동생은 얼마나 더 외로웠을까. 서로에 대한 이야기로 오해가 풀린 후 조금씩 가까워져가는 형제를 보며 흐뭇했다.누구에게나 과거가 있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부모에게 받은 좋은 기억은 없다'라는 사람은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나에게 사랑이랑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일까? 우리 아이가 훗날 "엄마, 엄마는 안 힘들었어? 어떻게 우리한테 그렇게 해줄 수가 있었어?"라고 얘기해 준다면 아주 기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어느 때는 아주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며 변해가는 나를 느끼는 것도 아주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잘못은 잘못으로 느낄 줄 아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