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문화의 수수께끼 - 개정판 마빈 해리스 문화인류학 3부작 1
마빈 해리스 지음, 박종렬 옮김 / 한길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필자는 유물론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이전의 관념론적 접근에서 탈피해서 점차 새로운 시각과 함께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아주 쉽고 간편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말로 뭐 신라가 왜 망했어? 물어보면, 신라 후기에 기존의 중산층이 붕괴하고 소수 귀족들이 대농장을 차지하면서 급격한 빈부의 격차를 보이고, 이에 따라서 고율 세율에 저항하는 민중들이 중앙권력에 대항해서 소위 호족 집단을 만들고 이후 당시 중앙 정계에서 장관을 할 수 없게된 6두품 지식인들이 이들에 결탁하면서 그랬지.... 라고 아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은가. 다른 예를 들어보면, 조선이 후반에 왜 갑자기 가부장화된 사회로 변모했어? 하면... 당시 경제적으로 상공업이 진흥하면서 그동안 현금흐름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기존의 모든 형제들에게 상속했던 것에서 이제는 보다 장자 중심으로 상속시켰고 이후 정치적 지위도 장자 중심으로 나아가게 되면서 장자 권력이 보다 비대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이에 우리가 아는 가부장제도가 재편되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쉬운가! 그러니 많은 역사학자들이 여전히 마르크스의 그림자 아래 있고 앞으로도 꾸준히 마르크스는 역사에서 자추 출몰할 것이다


#2

마빈 해리스도 그런 마르크스적 접근을 인류학에서도 시도했던 사람이다. 필자는 마르크스적 방법론은 다른 곳에 적용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우선 역사학에서는 단연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이 대표적이고, 미술계에서는 당연히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대표적이며 파리다다 베를린 다다 등등, 철학적으로는 이후 루카치 아도르노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마르크스를 비판했던 푸코, 들뢰즈, 랑시에르뿐 아니라 수많은 철학자들의 디딤돌이 되었다. 한국의 <반일 종족주의> 역시도 전형적으로 마르크스적 방법론을 들고와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지 않는가! 이들의 책을 필자는 (단 반일 종족주의는 굉장히 비판하는 편이다. 너무 낡은 시선...) 상당히 애정하는 책들이 많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읽다보면 여전히 마르크스의 한계를 엿볼 수 있다. 이는 이후 반일 종족주의 비판할 때도 여전히 등장하는데, 지나치게 거시사적 맥락으로 모든 것을 끼어 맞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며, 소위 포스트모던 쪽에서 비판했던 지점 바로 미시사적 접근과 중앙 권력 이외의 권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조금 유의해서 읽을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이 책이 참 좋다. 번역도 좋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엘레나 페란테를 처음 알게 된 건 한길사 <혁명의 시대>를 샀을 때 따라오던 광고에서였다. 상당히 인상이 깊었던 건 겉표지에서 그려진 그림이 상당히 세련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 작품의 책 표지 역시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은 <나의 눈부신 친구>의 드라마뿐이었다. 페란테 소설은 주된 지점이 정치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정치적인 배경이 많이 깔려 있는 소설이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철저히 전후 하층민 아이들의 성장과정이었고,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와 달리 중산층 이상의 인텔리 집안에 관한 작품이었다. 특히 페란테의 어린시절이 언뜻언뜻 반영되었다는 느낌을 준 것은 이전의 <나의 눈부신 친구>보다 <엘레나 페란테>였고 나름대로의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소설에서 어른들의 위선이 너무 미약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사춘기를 통해서 나타나는 유년기와의 차이 역시 그다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책 자체가 어딘가 크게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뒤로 가면 갈수록 어딘가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는 그래도 읽을만하다. 그러니까 누구나 무난히 읽을 만한 책으로 남들에게 소개를 해주어도 그다지 욕먹지 않을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특히 전반부는 상당히 힘이 많이 들어가서 별로 소설에 관심이 없어도 굉장히 스피드 있게 읽어 나갈 수 있으니 두께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다. 그러니... 크리스마스에 여자친구에게 이 책을 소개해주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윤곽 -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실 혹은 단절 윤곽 3부작
레이첼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화라는 것은 어느 일방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대화라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홀로 전개하는 것이 아닌 타자의 말을 잘 듣고 나의 이야기를 정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적혀 있다. 

하지만 이 <윤곽>은 그런 교과서적 정언 명법을 아주 거부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냥 독백에 가까울 정도로 한 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나간다. 그러면서도 간간히 화자가 이 대화에 개입을 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판소리의 추임새정도에 그칠 뿐 그다지 깊이 관여하지도 않으며 그다지 자신의 생각을 기술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이 대화의 맥락을 편집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글은 다소 산만한 면도 있으며 이야기가 온갖 군데에 튀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어떤 맥락을 잡아야할지 역시도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내용조차도 인과관계가 전연 없어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혹은 엉성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를 듣는 사람은 어떠한가. 듣는 사람은 크게 두명으로 나눌 수 있다. 한명은 작중의 화자가 곧 청자이고 다른 한명은 독자인 우리이다. 이 책은 분명히 말하건대, 결코 소설 외부를 굳이 배제하려고 하지 않았다. 마치 소설 내 세계와 소설 외 세계를 이분해왔던 그동안의 자폐적 소설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의 시공간 안으로 소설의 맥락을 끌고와서 우리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독자 역시도 얼마든지 청자로 배치되면서도 동시에 작중의 화자와는 또 다른 자아로서 이곳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 발화의 맥락 역시도 모호함을 띄게 된다. 발화자의 대상은 1차적으로는 청자이기 때문에 청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의해서 무의식적 편집을 거친 (혹은 청자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달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독자에게 다이렉트로 꽂히는 것인지 불분명해진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는 그냥 윤곽만을 남은 채 흔들려버리고 그렇게 모든 윤곽은 불분명한 윤곽만을 남긴 채 책이 마무리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픈 열대 한길그레이트북스 3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 한길사 / 199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길사 서포터즈로 <슬픈 열대>을 읽어 나갔다. 물론, 이 책은 주로 구조주의에 대한 책이라고는 하나, 굳이 구조주의에 대한 시선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필자도 쭉 읽다보니 구조주의에 국한하여 읽어나간다면 오히려 책을 오독하거나 놓치거나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전체적인 접근은 기행문에 가깝다. 처음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이후 인류학을 선택한 이유를 자신의 학문적 여정의 연장선상으로 이야기하며, 이후 자신의 기행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에 각 부족의 생태에 대해 다룬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 묘사는 굉장히 양면적인 면을 띄는데 하나하나 섬세한 눈으로 각자의 존재 이유를 자세히 살피는 한편, 그러면서도 각자의 특성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하게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씩 꼼꼼하게 각자의 존재에 대해 다루는 면이 오히려 전체적인 주제를 질식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구조주의라는 철학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면 매우 힘들다. 필자는 이 레비스트로스를 철학을 공부하며 처음으로 접했는데 음....이 구조주의 철학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상당히 곤란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 구조주의 시선으로 읽으면 놓치는 것이 많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인류학의 이해 없이 이 책을 접근하면 굉장히 고루하고 지루한 책이 될 것이며 굳이 읽을 가치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힘들어 질 듯하다. 이는 필자도 굉장히 뼈저리게 느끼는 바이니 여러분들도 고민을 해보고 책을 펼쳐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차라리 앞의 해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를 바란다. 이 해제는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전반적인 개괄과 함께 책의 맥락과 함께 그의 철학에 대한 맥락 역시 잘 꼽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간결하게 요약하니 실타래라고 생각하고 친구처럼 같이 동행을 해나가기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책은 철학자가 쓴 책 치고 상당한 베스트셀러이다. 아마도 이 책이 가지는 매력이 셀링 포인트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잘 짜여진 구성을 가지면서도 이 구성을 통해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 역시 기존의 철학적 접근과는 그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이 책을 다루는 여러 대중 예능에 힘 입은 면도 분명히 있으리라. 재작년 Tvn에서 '알아두면 쓸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에서 한나 아렌트를 아주 간략하게 다루었으며, 얼마 전 같은 방송국에서 '책 읽어 드립니다' 을 통해 역시 한나 아렌트를 읽어 내려갔기 때문에, 이 책은 더더욱 유명세를 치루었다.

 

하지만, 이런 예능에 소개하는 책들은 항상 하나의 문제를 가지는데, 대부분 그렇듯이 그렇게 커다란 문제 혹은 논란을 야기할 만한 부분이 없는 책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당장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가 느낀 것은 전체적으로 구조를 비판하기보다 아이히만의 삶과 그의 '악행'에 초점을 지나치게 방점을 찍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왜 나치가 등장했고, 왜 나치의 등장이 아이히만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아이히만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거시적 통찰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으며, 모든 나치의 행위를 일종의 아이히만의 '무사고성'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춘다는 점이 상당히 거슬렸다.

 

또한 이 책이 과연 흔히 대중 매체에서 이야기하듯이 '악의 평범성'에만 국한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의문이 든다. 사람들은 상당히 악의 평범성을 인용하기 위해 이 책을 들고 나오고는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본 독자들은 악의 평범성이 그저 한 줄로 스쳐 지나가듯이 나올 뿐이며, 전체적인 내용은 아이히만의 삶과 그의 나치당 가입 그리고 이후 등장하는 나치의 유대인 처리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그러니까 비단 악의 평범성 뿐 아니라 유대인 고위층과의 다양한 정치적 역학과 나치가 행한 야만성에 대한 고발이 더 많은 파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이야기하는 '악의 평범성' 개념 역시도 상당히 오용된 듯한 느낌이 든다. 악의 평범성은 철저히 관료적 사유에 의한 사고의 공백으로서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는데, 기존의 악의 평범성은 지나치게 평범함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기분이 든다. 이는 상당히 결이 다른 것으로 조금 조심해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