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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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완벽하다는 성자조차 죽음 앞에서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완벽하지 않은, 아니 지독히도 불완전한 육신을 입고 태어난 우리에게 던져지는 가장 무겁고도 서늘한 질문,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고통이다."

"내가 다른 누구보다 더 죄인입니다. 우리 모두는 모든 사람과 모든 것에 대해 죄가 있습니다."

'인간은 결국 이기적인 본성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렇게 발버둥 쳐봤자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뿐인데 선하게 사는 것이 대체 무슨 소용일까?' 하는 차가운 허무주의에 빠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바로 그 허무주의의 정중앙, 인간 존재의 가장 비참한 밑바닥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갑니다.

이 방대한 소설 속에서 저를 가장 큰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단연 '조시마 장로의 시신 부패 사건'입니다. 극 중 조시마 장로는 살아있는 성자로 추앙받는 인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의 제자인 순결한 알료샤까지도, 신과 가장 맞닿아 있던 장로가 세상을 떠나면 당연히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성자의 시신에서는 썩은 내 대신 향기로운 냄새가 날 것이라는 맹목적이고 달콤한 기대였죠.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습니다. 장로가 숨을 거두자마자, 일반인들보다도 훨씬 더 빠르고 지독하게 시체 썩는 냄새가 온 수도원에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묘사를 읽으며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끔찍한 악취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적나라한 한계를 선고합니다. 아무리 영적으로 위대하고 명망 높은 성자라 할지라도, 인간은 결국 저주받은 육신을 입고 태어나 죽음 앞에서는 어김없이 흉측하게 부패해 가는 한낱 시신의 신세라는 뼈아픈 진실 말입니다. 시신의 부패는 세상 종교가 우리가 바라는 방식의 구원이 '물리적 기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인간 존재 자체가 철저히 유한하고 절망적인 껍데기에 갇혀 있다는 점을 시각적이고 후각적으로 증명하는 무서운 은유입니다.

"너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인간은 그 자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노예가 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인간을, 이 불행한 존재들을 가장 끔찍하게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니라, 그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온 이 자유라는 선물을 누구에게 빨리 넘겨주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적과 신비와 권위, 이 세 가지만이 나약한 인간을 굴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너는 인간을 너무 높게 평가했기에 결국 그들을 잔인하게 대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반의 '대심문관' 중에서)


둘째 아들 이반은 극 중 '대심문관' 서사시를 통해 이러한 인간의 얄팍함을 철저하게 해부합니다. 그는 인간이 자유의지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 불쌍하고 나약한 존재이기에, 차라리 기적과 권위에 기대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편이 낫다고 일갈합니다. 실제로 썩어가는 장로의 시신을 마주한 사람들이 보인 조롱과 분노, 그리고 알료샤가 겪은 극심한 내면의 붕괴는 바로 이반이 말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이었습니다. 우리는 현실의 고통과 육신의 썩어짐을 외면하기 위해 기적이라는 환상에 기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서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그 지독한 시체 썩는 냄새(절망)를 온몸으로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도달하게 되는 진짜 '선(善)'의 길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장로의 시신이 썩어 문드러졌다고 해서 그가 평생 실천했던 사랑과 가르침의 본질까지 썩어 없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절망의 심연을 헤매던 알료샤는 슬픔에 빠진 타인(그루셴카)과 교감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습니다. 인간은 죽으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썩어가는 비참한 존재임을 온전히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향한 의지는 꺽여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부패해 한 줌 먼지로 사라질 저주받은 육신을 입고 있습니다. 시신에서 향기가 나는 초자연적인 기적이 부재하는 세상의 종교에서 영성과 신비를 바라는 것은 허무하고 덧없는 일일 것입니다. 육신의 한계 속에서도 이웃의 고통에 기꺼이 동참하고, 스스로 자유의지로 신의 뜻을 따라 선(善)하게 살고자 끝없이 투쟁하는 것. 그 처절한 몸부림 자체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위대한 기적이자 인생관이 되어야 함을, 저는 이 무거운 책장을 덮으며 깊이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육신이 유한하기에 우리의 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삶은 가치 있고, 인간의 삶이란 끝없이 고통받는 속에서도 영혼의 선에 대한 의지는 더욱 눈부시게 빛나야 할 것입니다.

♣위니의 오늘의 한 문장

“삶을 그 의미보다 더 사랑하라"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방대한 서사시는 한 번 읽고 가볍게 덮을 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닙니다. 썩어가는 육신의 한계라는 인간의 근원적 절망을 뼈저리게 확인시키면서도, 결국 고개를 들어 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묵직한 책임감과 위로를 동시에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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