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윤동주 유고시집, 1955년 10주기 기념 증보판 ㅣ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윤동주 지음 / 소와다리 / 2016년 1월
평점 :
https://m.blog.naver.com/winny4
문학•소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by 윤동주ㅣ바쁜 일상에 치여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
바쁜 일상에 치여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
잊고 지냈던 10대 시절의 순수한 감수성과 맑은 거울이 필요한 사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1948년 정음사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윤동주
낡은 책장을 청소 하다 오래 잊고 지내던 시집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ㅡ학창 시절 내 삶의 일부였던 그 맑고 투명한 청년의 목소리가
어른이 된 지금 펼쳐 읽어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줍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가장 순수한 영혼
그 시절 나는 왜 그토록 그의 문장에 가슴 아파했을까요.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차가운 형무소에서 스러져간
시인의 삶이 예사롭지 않아서 였을까요?
그가 남긴 소중한 유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 속에는 부끄러움이 가득합니다.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괴로워했던 흔적이 가득하지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던
그의 고결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예민함과 청순함
그가 남긴 문장들 속에는 늘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서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자화상)
˝나는 달을 쏘다. 달을 향하여, 나의 화살을 쏘다.˝ (달을 쏘다)
늦은 밤 사위가 잠든 시간, 홀로 깨어 상념에 잠겨 글을 써 내려가던 사나이의 고뇌(『달을 쏘다』)나, 외딴 우물을 찾아가 미웠다가 가여워지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모습(『자화상』)
시인은 우물 속에서 미워졌다가 다시 가엾어지는 자신을 봅니다. 20대의 맑고 순수한 감수성은 시대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더 괴로웠을 한 사나이. 자신의 나약함이 미워졌다가 다시 가여워지는 마음을 그래서 그의 시가 더 와닿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지키는 법
수줍음과 부끄러움이 많던 아이는 어느새 무뎌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잎새에 이는 작은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의 맑은 마음이, 덤덤해진 제 마음에 서늘한 위로를 던집니다.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문장들은 참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그가 밤하늘을 보며 나누었던 별 하나에 담긴 사랑과 쓸쓸함이 지친 나의 마음을 달래 줍니다. 함께 별을 바라보며 가장 순수했던 청년이 온몸으로 밀고 나간, 맑고 투명한 부끄러움과 성찰의 기록.
♣위니의 오늘의 한 문장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中
나의 10대는 윤동주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자화상』, 『서시』, 『별 헤는 밤』, 『달을 쏘다』를 읽으며 그의 문장 속에 담긴 고뇌를 나의 것인 양 끌어안았습니다. 특히 늦은 밤, 사위가 깊이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상념에 잠긴 채 글을 써 내려가는 한 사나이의 깊은 고뇌를 떠올릴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습니다. 20대 후반, 가장 빛나야 할 청춘의 시기에 일본 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사르다 간 사나이. 그의 인생과 시를 가슴에 품고 얼마나 많이 울고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시대의 아픔 앞에서 펜을 든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그의 순수함은 어린 나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다시 그의 시집을 펼쳐 듭니다. 솔직히 말해 10대 시절의 그 찌를 듯했던 날것의 감수성을 온전히 다시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삶의 무게에 치여, 혹은 현실과 타협하느라 마음의 결이 조금은 무뎌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시 구절 사이사이에는 아름답고 청아한, 너무도 맑은 청년의 고뇌가 숨 쉬고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때론 부끄러움을 잊어가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는 타협하며 살아가는 지금의 나에게 다시 맑은 우물을 들이밉니다. 10대의 내가 그의 슬픈 생애에 울었다면, 지금의 나는 끝까지 자신을 돌아보려 했던 그의 서늘한 이성에 위로를 받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다 문득 하늘의 별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인가요? 오늘 밤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윤동주의 시 한 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여러분만의 별을 헤아려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마음속 가장 깊이 남아있는 윤동주의 시나 구절은 무엇인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밤하늘을 나눠주세요.
공감 ♥댓글은 늘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