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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누이 이야기 ㅣ 사계절 그림책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평점 :
이억배 님의 그림은 정감어리고 따뜻하다.
오랜만에 나온 신작이 반갑다.
우선 앞표지에 연한 살굿빛으로 호랑이의 털무늬가 들어가 있다. 아이에게 이게 뭐 같아 하고 물어보니 호랑이란다. 표지에 호랑이털을 무늬로 넣은 것도, 색감도, 묘사도 마음에 든다.
그것도 전형적인 호랑이 색깔이 아니고 연한 살굿빛이 무섭지 않고 따뜻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왜 뒷표지는 그냥 하얗게 놔두었을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긴 한다.
표지를 넘기면 파란, 아니 남청빛깔의 면지가 나온다.
새벽의 느낌인 걸까?
한 장을 더 넘기니 서문과 같이 이야기의 도입이 나온다.
마치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의 운을 떼시는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백의 미를 한껏 살려 하얀 바탕에 들어간 그림이 한국적이고 정감있다.
그리고 글이 많지 않아 그림이 주인공이 되면서 글이 그림을 받쳐주고 있다.
파란색 글씨가 너무 연한 거 아닌가 하면서도 눈에 확 띄지 않아 처음에는 가독성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그림을 살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떡을 이고 오는 어머니 앞을 떡하니 가로막은 호랑이의 모습은 무섭기보다는 민화에 많이 나오는 정감어린 호랑이의 모습이다.
그리고 어머니가 떡을 빼앗기고 호랑이에게 꿀꺽 먹히는 부분까지 네 컷으로 그려 연속적인 사건의 흐름을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머니가 꿀꺽 먹힌 부분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잔인하지 않을까 무섭지 않을까 궁금했는데 호랑이의 모습만 그린 것이 마음에 들었다.
호랑이가 어머니 옷을 입고 집에 찾아가 아이들을 속이는 장면 역시 문을 사이에 둔 호랑이와 아이들의 모습을 연속컷으로 그려 흥미를 자아내는 한편 사건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나타낸 점이 좋았다.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을 잡고 떨어지는 장면 거꾸로 호랑이 꼬리와 뒷발만 묘사한 부분도 역시 좋았다. 굳이 장면을 잔인하거나 무섭지 않게 묘사하면서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 같다.
장면마다 그림과 글자의 배치, 어느 정도 그림을 확대할 것인지, 세로 구성인지 가로 구성인지 등 굉장히 고심해서 작품을 만드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그림에서 민화의 느낌이 많이 나고 무섭지 않고 정감있게 장면을 묘사하여 이 그림책을 읽고 난 뒤 어린 아이들이나 더 큰 아이들도 마치 한 편의 옛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