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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내 아름다운 파출부 - 해외현대소설선 3
크리스티앙 오스테르 지음, 임왕준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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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그동안, 제대로 된 소설을 읽지 못했다. 특히 프랑스 근현대 소설들의 경우,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뮤나 앙드레 말로, 그리고 미셸 뚜르니에 등, 제대로 된 작가들의 작품들 보다는, 과대포장 되었거나, 억지로 꾸며낸 저질 소설들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 오스테르의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적인 언어의 구사와 독특한 구성에서 오는 새로운 문학적 체험을 하게 되었다. 문장들은 뚝뚝 끊어져 마치 조각난 부속품들 처럼 널려있다. 거의 자폐적인 주인공 쟈크가 아름다운 파출부 로라와 사랑에 빠지면서 느끼는 망설임과 희망과 절망과 고통이 그 흩어진 단어들을 통해서 숨가쁘게 전달되어 온다.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전 애인에 대한 미움으로 거의 망가진 삶을 살고있던 쟈크의 심리묘사를 보면서, 그의 절망을 통해 나는 그와 공감했고, 로라와의 새로운 만남 앞에선 그의 망설임을 통해 나 역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멜로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타령이 아니다. 집에 쌓이는 먼지를 통해서, 해변을 뒤덮은 모래를 통해서, 쟈크는 만남과 헤어짐, 우리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삶과 죽음이라는 우리 모두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한다. 그렇다. 우리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가 아닌가. 시간은 모래시계에 같힌 모래알들 처럼, 어김없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외로운 한 남자의 사랑과 배반과 그리고 죽음에 대한 강박을 예리한 문체로 소설적으로 구성한 흥미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다면, 마지막 귀결부분의 반전이 새로운 만남을 예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허탈한 페이소스에 불과한 것인지, 너무 희미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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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바보 성자 물라 -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 지음, 임왕준 옮김 / 샘터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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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남의 잘못은 쉽게 발견하면서도 자신의 어리석음은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친구들, 동료나 애인 사이에도, 저지를 잘못에 대한 비난과 그 비난에 상처받아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왜그럴까? 나는 그것이, 우리의 얼굴이 앞을 향해 있는 것처럼, 내 눈 앞에 보이는 남의 모습들은 잘 관찰을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얼굴을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거울을 들여다 보아야 하고, 또 그 거울이 맑아야 거기 비친 우리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깨달음은, 수양을 많이 쌓은 수도승들의 깨달음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어리석음들에 대한 갑작스러운 깨달음들이었다. 이 책에는 80여개의 우화들이 실려있고, 각각의 우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 80개의 우화들은 모두, 내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내용들이었다.

항구에 정박해있던 수많은 배들이 폭풍이 불어올거라는 예보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짐을 가득 싣고 넓은 바다로 나간다. 그러나 단 한척의 배가, 짐을 모두 항구에 내려놓고 그들을 따라 바다로 나간다. 폭풍이 불자, 짐을 가득실은 배들은 모두 침몰하고, 빈 배를 타고 나갔던 선장은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서 항구로 돌아온다. 책에서 소개된 이 일화에 대해서, 저자는 내가 마음을 비워야, 내가 내 욕심과 고통을 버려야, 남의 고통과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내가 항상 느끼고 있던 괴로움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그들의 괴로움을 수용해주지 못했다. 저자는 그렇게 이 일화를 통해서 내게, 빈 배로 떠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작지만, 가슴에 와닿는 지혜의 이야기였다.

어리석은 우정을 지키기 보다는 차라리 현명한 적과 사는 것이 낫다는 얘기를 전하는 곰의 우화라든지, 때로 해묵은 욕심을 버리고 항상 새롭게 출발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전하는 뗏목을 지고가는 사람의 우화, 혹은, 목표를 세웠으면,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핑계를 버리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물라와 과자의 우화등은, 내가 지금 여기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간결하고도 강한 해답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삽화가 눈길을 끌었고, 하드커버의 장정은 단정하고 예쁜 느낌을 주었다. 암튼, 공을 많이 들인 책으로 보였는데,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80여개의 이야기 모두가 잘 읽히고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점이다. 그래도 흠을 찾자면, 그 물라라는 특이한 바보성자에 대해서 너무 간단한 설명만 되어있는 것이 아쉬웠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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