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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산도르 마라이 지음, 임왕준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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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야기는 베니스의 감옥을 탈출한 쟈코모(카사노바)가 볼자노라는 도시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볼자노에는 쟈코모가 예전에 유혹한 적이 있었던 젊은 여인 프란체스카가 살고 있다. 그녀는 유럽의 권세가들 중의 하나인 늙은 귀족 파름므 백작의 아내가 되었다. 오래전, 쟈코모는 프란체스카를 얻기 위해 파름므 백작과 결투를 벌인 적이 있으나 패배하고 결국 그녀를 백작의 품에 안겨준 채 사라진 적이 있다. 어느날 밤 백작이 찾아와 쟈코모에게 자기 아내와 하룻밤을 보내주는 대가로 자유를 주겠다는 계약을 제안하고, 이내 프란체스카가 밤을 타고 그의 침실을 찾는다....
이 소설은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쟈코모에게서 버림받았던 프란체스카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도 바칠 수 있는 여자다. 그녀는 쟈코모에게 말한다. 네가 원한다면 가장 요염한 여자가 될 수도 있고, 네가 원한다면 다른 여자를 네 침실에 넣어줄 수도 있고, 네가 원한다면 내 얼굴을 흉하게 만들어 평생을 갇혀서 살 수도 있다고. 사랑한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프란체스카 앞에서 쟈코모가 가지고 있는 욕망과 정복욕은 힘없이 무너져 버린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이 이야기는, 하나의 장이 한 사람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을 정도로 긴 호흡의 소설적인 흥분을 자아낸다.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욕망과 지배욕을 버리지 못하는 백작, 여자를 정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해왔던 쟈코모, 욕망보다 한 차원 높은 사랑의 세계를 보여주는 프란체스카. 이들 세명이 그리는 분노와 갈등과 대결과 사랑의 구조가 극적 대사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결국, 세상 모든 욕망과 욕심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는 거대한 힘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진한 소설 읽는 재미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었던 산드로 마라이의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