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셋이나 된다니

배트맨 : 세 명의 조커 + 배트맨 #1 밀레니엄 에디션 세트 ㅣ 시공그래픽노블
제프 존스 외 지음, 제이슨 파복 외 그림, 전인표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7월

[시공코믹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조커가 세 명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 있을까?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말이다. 참신하기는 하지만 진지하게 작품으로 다룬다고 해도 자칫하면 막장 드라마처럼 흘러가기 쉬운 설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제프 존스라면 어떨까.

조커는 원래 기원이 불분명한 캐릭터이다. 영화 조커로 익숙할 '코미디언 지망생이었던 조커'도 사실 캐논이 아니다. 엘스월드 '킬링 조크'에서 나온 설정이었다. (킬링 조크는 코미디언이었던 조커의 운수 나쁜 하루를 다루면서 배트맨과 조커 사이를 조명하는 내용. 엘스월드지만 여러 작품에 영향을 끼칠 만큼 명작이니 같이 읽어보면 좋다)

같은 맥락으로 쓰리조커도 조커의 기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세 명의 조커는 '코미디언 조커', '범죄자 조커', '광대 조커' 이렇게 세 명의 조커가 나오면서 배트맨, 배트 패밀리들과 엮이는 내용이다. 킬링 조크에서 조커에게 하반신 마비를 당한 바바라 고든과 다른 작품에서 역시 조커에게 죽임을 당했다 부활한 제이슨 토드, 그리고 조커의 가장 큰 적대자인 배트맨이 등장한다. 역시 정사가 아니고 엘스월드지만 한 권으로 끝난다는 장점이 있고 일단 재미있다. 배트맨을 싫어한다는 오명이 있는 제프 존스지만, 캐릭터 묘사도 의외로 나쁘지 않고 괜찮은 듯?

+킬링 조크의 설정을 비튼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나쁘지 않게 보았다.

동봉된 배트맨 #1 이슈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80년도 더 된 만화라서 그런가, 지금과 연출 방식이 많이 다르다. 배트맨의 캐릭터도. 하지만 클래식 배트맨이 정발되었다는 것에, 그리고 기념비적인 배트맨 첫 이슈라는 것 자체로 의미있다. 지금의 배트맨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한바탕 웃을 수 있다. 캐릭터들이 다들 낯설어서 그렇지,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