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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흔들리지 않고
김도훤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평점 :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있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쓰여진 시인것 같아 위로가 되었다.
어떤 이별
사랑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대와 공유하던 시간
그 안에 머물던 설렘이 좋았던 것이다
외롭고 쓸쓸한 외길에서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채워진 무언가가 좋았던 것이다
실상 그것은 바람이어도
아무렇게나 피어난 들꽃이어도 괜찮았다
사랑이라 부르던 모든 것
정작 그대를 향한 헌신보다는
내 안에 비워진 허전함을 채우던 이기심
그것을 깨닫고 그대를 보냈던 것이다
그를 만나 내 인생이 채워지는 듯했다. 힘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나는 동행할 사람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내 착각은 오래지 않아 깨져버렸다. 그만 잃은 것이 아니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찰나의 순간 없어져 있었다.
가야 할 길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았고
걸어온 길은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그래도 행복을 꿈꾸며 위태로운 삶을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었다.
이제 행복 할거야! 라고 믿었는데 전 보다 더 큰 시련이 닥쳐왔다.
그 동안 노력해오던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고
슬퍼하는 것도 사치가 되어버렸다.
내가 욕심 부린 것이있다면
그와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동행하는 것이였다. 그 뿐이였다.
이것도 허황된 욕심과 이기심이였던건가..
그와의 실패로 나는 깨달았다.
내게는 아무도 없다는 걸.
내게는 가진 게 없다는 걸.
이 책의 시는 굳이 희망이나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냥 아프면 아프다. 두려우면 두렵다.
이렇게 솔직히 자신에게 말하는 것.
굳이 누구에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 것도 안해도 된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길에서 각자가 선택한 길이 있을 뿐이다.
그걸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