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의 임진왜란 - 성장소설로 다시 태어난 쇄미록
황혜영 지음, 장선환 그림 / 아울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은 조선 선조 25년(1592년)부터 31년(159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침입한 일본과의 싸움입니다. 임진왜란 하면 생각나는건 역시 이순신장군이죠. 그리고 영화로도 유명한 명량대첩, 한산도대첩, 노량대첩.. 거기에 나온 거북선. 의병들. 행주대첩..등.. 그럼 임진왜란을 기록한건?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 재상 류성룡의 징비록.. 이렇게만 저는 기억이 나네요.
징비록도 재작년에서야 읽어봤는데.. 책 제목 보이시나요? 열두살의 임진왜란

언뜻보기에는 의병으로 활동한건가? 아니면 끌려간건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열두살의 소녀가 겪은 임진왜란 당시 살아남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 아이는 실존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은 [쇄미록]이라는 일기의 풍부한 기록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야기입니다.
[쇄미록] 알고 계셨나요? 저는 낯선 단어네요. 쇄미록이란 지방의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남쪽으로 떠났다가 전라도 장수라는 곳에서 임진왜란을 맞은 양반 오희문이 1591년11월27일부터 1601년 2월 27일까지, 무려 9년 3개월간 쓴 일기라고 합니다. 많은 자료가 있는 쇄미록은 보물 제1096호로 지정되었으며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고 하네요. 기회가 된다면 가서 원본을 보고 싶습니다.

쇄미록을 바탕으로 창작된 열두살의 임진왜란 . 과연 표지의 저 소녀는 임진왜란을 어떻게 겪어냈을까요..

 

이야기는 봄여름 / 가을겨울 / 다시 봄 으로 되어있습니다.
각각 계절에 일어났던 일을 중심으로 구분을 지었는데 각 중요 내용이 정리된듯한 차례라 미리 보기 같네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전 쇄미록의 한 부분에 나오는 일기가 적혀있습니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부분입니다.

구성은 여느 책과 다름없이 이루어져있습니다. 초등고학년에서 청소년까지가 대상이라 글씨가 좀 작네요.
하지만 책을 잘 보는 아이들이라면 이정도 크기의 글은 이미 읽어봤을터라 문제없을듯합니다.
내용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에 대한 주석이 페이지 아래에 나와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나오는 일기. 쇄미록의 한 부분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부분이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지금 이상황이 실제 임진왜란에서 이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네요.

중간중간 있는 그림은 이렇게 전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끔 한페이지만 있는 그림도 있구요. 글만 있는게 아니라 그림도 있다보니.. 저 그림들을 토대로 이런모습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에 글로만 보는 임진왜란이 아닌 같이 겪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아픈건 겪고 싶지 않은데..

이야기가 끝나고 뒤에 쇄미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쇄미록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는것 같아요.
'쇄미'는 '초라하고 보잘것없다'라는 뜻이라는데.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라니 제목과는 전혀 다른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기록이 아닙니다

암흑기를 밝힌 기록유산들이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쇄미록, 정만록, 간양록, 징비록, 난중일기 가 있네요..

[ 박생원 댁 큰딸 숙영 아가씨의 혼삿날이 바로 이틀 뒤라 담이의 엄마 영동댁은 밤새도록 바느질을 했다. 박생원의 외가쪽 침모였던 담이 외할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웠고 그 인연이 이어져 동네의 바느질을 도맡아서 해오고 있는 영동댁. 아이를 낳기까지 두 달 남짓 남았지만 몸이 무거워 산을 넘기가 무리인 영동댁 대신 담이가 댓골에 혼례복을 가져다 주려고 나선다. 아버지는 사흘에 한번 소금을 팔러 나갔고 막동이는 곤히 잠에 빠져 있었다. 보따리가 젖을까 심부름을 보내면서도 걱정이 되는지 담이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는 영동댁. 담이는 보따리를 안고 집을 나서다가 자신에게 참외를 불쑥 내미는 산복이 오빠를 만난다. 산어귀까지 동생을 배웅한 뒤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오빠.
담이는 보자기가 젖지 않게 조심하며 지름길로 통해 박생원 댁으로 간다. 하지만 박생원 댁에 들어서자 모두 정신이 반쯤 나가서 바쁘게 오가는게 보이는데 급하게 어디론가 떠나는 모양새로 솥이며 쌀이며 옷가지를 마구잡이로 자루나 보따리에 쓸어담고 있었다.
"너두 산으로 가야지. 이건 뭐냐?" 라며 박생원 댁 노비 얼금이 담이에게 묻는다. 그러다 보따리 속 곱게 접힌 저고리와 예복을 보고는 혀를 차며 "혼삿날 닥쳐서 이게 다 무슨 난리인지. 아가씨 팔자도 참."이라며 예복도 같이 묻으라며 젊은 사내종 엇동이에게 준다. 그러면서 설기떡 한덩어리를 떼어 담이에게 주며 언능 가라며 "왜놈들이 쳐들어왔디야." 라고 말해준다. ]

혼삿날을 앞두고 있던 숙영 아가씨.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의 심부름으로 박생원 댁으로 간 담이. 소금을 팔러 간 담이의 아버지. 산달을 두달 남겨둔 담이의 엄마. 왜놈들이 쳐들어와 평범했던 이들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제대로 짐을 싸는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마구잡이로 쓸어담는 박생원댁 노비들을 보며 아마도 쉽게 전쟁을 피하진 못할꺼란 생각이 든다. 겪지 못했지만 겪고 싶지도 않지만 그동안 수많은 사진과 기록들을 보았기에 저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책을 받고서도 며칠동안 보지 못하고 있던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던게 .. 열두 살 소녀 담이의 삶이 빤히 보이는 것 같아서? ..


[담이는 박생원집에서 나와 고모네 가족과 산을 타고 도망쳐서 산으로 피난해 있다. 피난해온 사람들 대부분 이렇다 할 식량이 없어서 담이도 돌아다니며 연한 새순이며 산나물을 닥치는 대로 뜯어 왔다. 맨입으로 고모네 가족에 빌붙어 있는게 어람나 염치없는 짓인지 열두 살짜리 담이도 알 수 있었다. 산에 들어와 며칠이 지난 뒤 청년 몇이 몰래 마을로 내려갔다 왔다가 참혹함에 눈을 뜨 수 없는 지경이라며 한양이 왜놈 손에 넘어갔다는 말이 사람들은 탄식을 했다. 담이네 가족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담이는 산복이 오빠는 대항하려 했을 거고 그러다 큰 일이 났을 것 같고 엄마는 몸이 무거워 멀리 가지 못했을 거란 걸 아는데 아버지와 막동이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러던 어느날 계속 아래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며 낯선 나라 말이 들리는데 그들은 숨어 있는 조선인이 없는지 샅샅이 수색을 하고 다녔다. 한참 뒤 골짜기가 다시 조용해지자 담이는 자신이 고사리밭 한가운데라는 걸 깨닫고 고사리 순을 따 담기 시작하는데 그 순간 골짜기 쪽에서 여인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양반 여인들 한무리가 우뚝바위 절벽으로 위태롭게 내몰린 것이 보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들 중 하나가 망설임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데 담이는 엄청 짧은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숙영 아가씨!']

양반이지만 전쟁앞에선 어쩔 수 없는 신분. 왜놈앞에서 어떤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몰라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 숙영 아가씨. 자신의 눈앞에서 그 모습을 보게 된 담이는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짧은 순간이지만 영원처럼 느껴져 그 순간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거라는 담이.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담이 앞에 있을지..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한게 아닐까

[산에서 거의 한 달째 되던 즈음 사랑남은 사람들은 배고개를 넘어 서쪽 충청도 땅으로 가기로 하고 조선군을 만나지만 다시 왜군과 조선군 사이 전투가 벌어질예정이라 듣는다. 전투가 벌어지는 중 의병이 와서 조선군이 승리를 하고 산성으로 피란 온 사람 중 고향 마을 사람으로부터 담이는 아버지가 고향 집에 돌아와 가족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담이는 아버지를 찾아 집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구걸을 하며 겨우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길목에 양쪽으로 기다란 나무가 수없이 세워져 있으며 그 위에 꽂혀 있는 조선 사람들의 머리. 상투를 풀어 매달아 놓았는데..그 중에서 담이는 어머니가 수선한 아버지의 빈 망건을 발견한다. ]

부유하진 않지만 평화롭던 삶을 살던 담이. 갑자기 일어난 전쟁에 담이는 가족과 흩어지고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가기 전까지 고모네 가족과 힘든 피난 생활을 하는데 그러다 돌아온 마을 어귀에서 발견한 나무위 아버지의 빈 망건. 그리고 담이는 동생 막동이를 찾는다. 고모네 가족이 부모를 잃은 담이와 막동이를 놔두고 떠나고 둘은 힘겹게 살아가는데 결국 막동이도 담이의 곁을 떠나고 만다.. 그러면서 담이를 구해준 스님의 말 '마을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는 말에 어느 집앞에서 서있다가 그집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기로 한다. 그집이 바로 오생원의 집이었다....그곳에서의 담이의 생활은 어땠을까?
전쟁중일때 일반백성의 눈으로 보는 전쟁의 모습은 어땠을까? 어른과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전쟁을 바라볼까?
신분에 따라 조금 달랐을까? 라는 궁금증 등을 조금은 풀게 해 준 책 같다.  또래 아이의 모습에 책을 들었다가 담이의 모습에 편하게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쇄미록의 원본이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과연 담이는 어떻게 되었을지...궁금하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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