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67
이혜령 지음, 이영환 그림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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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는 표지다.

과연 복도에서 마주친 저 두녀석은 어떤 관계일까?

주먹을 꽉 쥔 손.

자신만만한 표정의 아이. 두 아이는 신경전을 벌이는 중일까?

이혜령 작가의 단편집이라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을지..궁금하다


 

 


차례부분.. 단편 이름들 옆 그림들이 이야기들과 관련이 있는 그림들인가보다

 


분명 즐거운 장면은 아닐꺼같은데. 울고있는 아이가 있으니 . 각각 단편들의 그림들인데 왠지 따뜻해 지는 느낌은 ?

책을 다 읽고 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을 보고있자니 마음이 편해진다


 


초등3학년부터 6학년까지 권장이던데 저정도의 글밥이라 읽는데 무리는 없는듯하다

 





<복도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 - 학년이 바뀌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마주친 녀석. 자신을 맹꽁이라고 놀리는 기태. 작년에 당한게 많아서인지 올해는 왠지 그대로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자신에게 인사를 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녀석을 보니 왠지 자신이 알던 아이가 아닌거같았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나 수업이 끝난 후 복도에서 마주친 그 녀석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왠지 그런 아이들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녀석의 모습에 화가 나고 쓰레기봉투를 들고 신발을 갈아신고 가다가 운동장에서 차지혁과 패거리가 기태의 실내화 주머니로 축구를 하는것을 보고 한마디를 하는데...그러다  겁만 주려고 쓰레기 봉투를 붕붕 돌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가 다른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자 고소한 마음 보다는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괴롭힘을 당해서인지 기태의 모습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대꾸도 못하는 기태의 모습을 보며 끼어들지 말자는 생각과는 다르게 차지혁의 무리에 대응하는데...

아이들은 어른과는 다르게 싸우고 난 뒤 화해하는 법도 잘 알고 있는거같다. 예전에는 아이들끼리 싸우고 나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싸우고 나면 어른들이 끼어들어서인지 더 큰 싸움이 되는거같기도 하다. 물론 왕따나 학교폭력같은 심한 것들은 아이들끼리 해결하는게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스스로 해결하게 두면 아이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잘 해결하는데 여기서 차지혁 무리한테 당하는 기태를 보고 나서는 재현이의 모습을 보며 이전까지의 둘 사이의 악한 감정은 없어지고 이젠 새로운 관계를 향하는 두아이의 모습이 보며 흐뭇하게 웃음짓게 된다.




<내 이름은 환타> - 아픈 개들을 대신해 먼저 수술을 받아 실험견 환타. 사람들이 자신을 슈퍼히어로라 부르자 뾰족한 주삿바늘에 다리가 움찔 떨려도 체면 생각인지 안아픈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자신을 보고 건강한데 왜 수술을 받느냐며 물어보는 은창이의 말에

"환타는 수술하는 걸 알면서도 다른 개처럼 버둥거리지도 않아.심지어 피를 뽑을 때는 다리까지 내 손에 얹어 주는걸. 환타는 정말 특별해" 라고 칭찬하는 병원의 미소씨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 꼬리를 살랑거렸다. 그러다 자신을 보고 많이 아팠겠다며 눈에 눈물이 고이는 은창이를 보고 그 아이의 바지 밑의 푸르스름한 자국을 보게 된다. 은창이는 술만마시면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로 인해 많은 상처를 가졌는데 은창이로 인해 아픈것을 안아픈 척 참아내는 것이 용감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한테서 은창이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



아픈 개들을 대신해 먼저 수술을 받아 실험을 해보는 개가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건강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수술의 대상이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말을 못해서 용감해 보이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일뿐. 분명 그런 개들도 무서울것이고 하기 싫을것이다. 하지만 참고 있을뿐.

부모라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아이는 어리기때문에 대응도 못하고 당하고만 있을수 밖에 없다. 아마도 그런 자신의 상황과 환타의 상황이 같을 거라고 은창이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 도망을 가거나 신고하거나 대응하지 못하고 무조건 맞으면서 참을수 밖에 없는 은창이. 그러면서 환타처럼 잘 참고 용감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어려서 맞고 참을수밖에 없는 현실에 ..

실제로도 학대당하는 아동들이 많은 요즘 ...자식은 부모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아님을 알고 인간으로서 존중해주는 어른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이야기다.


<거짓말> - 비가 오는 날 이사를 하는 관우. 미국 잘 갔다 오라는 친구들의 문자. 학원 안다녀도 부럽다는 아이들의 문자.  이미 학원을 몇 달전에 끊은 관우는 학원을 안가는게 아니라 못 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삿집 아저씨들에게 남편 해외 출장일이 겹쳐서 이사를 가게된다는 말을 하는 엄마. 나도 처음엔 믿은 거짓말. 아빠가 자주 집을 비우는 이유가 출장때문이라고 .

자신의 집앞으로 와서 빌려준 책을 돌려달라는 여진이. 화가 묻어난 여진이의 목소리에 돌려줄꺼라며 책을 가지러 가는데.

여진이한테 말을 걸고 싶어서 이미 자신의 집에 있던 책을 빌렸는데 아빠와 엄마가 삐걱거리며 책을 돌려줄 시기를 놓쳐버렸다.

책을 꺼내며 책장을 넘기는데 떨어지는 메모지. 이미 읽은 책이라 책장을 넘겨보지 않아 메모지가 있는걸 확인하지 못했고.

한동안 자신에게 쌀쌀맞게 굴었던 여진이가 생각났다. 주소를 보내면 책을 보내주겠다는 문자를 여진이에게 보내고 동네를 떠났다

새로 이사 간 곳은 장롱이 들어가지도 않아 문을 떼어냈는데. 방이 작아 장롱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런데 떼어낸 문이 다시 껴지지도 않고..

아빠한테 문 고장 났다고 전화해보라는 말에 나중에 고치면 되지 그냥 내버려 두라는 엄마.

당분간 아빠랑은 떨어져 지내기로 했다는 엄마 목소리..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고 구멍가게에서 콜라를 사들고 처마 밑에 서있다가 망가진 우산을 내버려두고 빗속을 달렸다. 그러니 오히려 맘이 홀가분해지고.. 집에 와서 아빠의 전화를 받는다.

자신에게 외국에 있다는 거짓말을 하는 아빠. 엄마 맘 좀 풀리면 들어가겠다고 엄마한테 잘해 주라는 아빠.

아빠 목소리를 듣고 조금 안심이 되어 여진이에게 전화를 한다. 답장도 하고 책도 보내 줄꺼라는 말에 미국 언제가냐고 힘없이 묻는 여진이. 그런 여진이에게 거짓말이라며 미국 안 가고 시골 외갓집 근처로 이사했다고 말한다. 집이 망했다며.

시골이면 종종 만날지도 모른다며 다행이라는 여진이.  아빠는 창피해서. 엄마는 자존심때문에. 엄마 아빠 아들인 나도 종종. 거짓말을 한다.




갑자기 망해버린 탓일까? 엄마 아빠의 싸움이 잦아진게.. 그래서 서로 따로 살게 된게..무엇이 우선이었는진 몰라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입장이 아닌 자신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론을 내어버린다. 그 피해를 보는건 당사자들은 당연하겠지만 자식들인거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던 환경에서 모든걸 속이고 떠나는 관우. 망해버려서. 부모님이 따로 살게 되서 . 어떤 이유든지 친구들에게 진실을 말할 용기는 없을것같다. 하지만 이사간 곳에서 마음을 정리했는지 담담하게 여진이에게 망하게 되서 시골로 이사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관우를 보며 때론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용감함을 느낀다. 창피해서. 자존심때문에 거짓말을 한 아빠 엄마. 하지만 한번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은 더 커지는 법. 그 속에서 관우는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나보다. 오히려 엄마보다 더 용감해보이고 의젓하게 지낼거같다.

씩씩하게 잘 지낼것 같은 관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일요일 오후 5시 그림자가> - 일요일이면 방에서 나오지 않는 가족. 서로 얼굴을 보면 슬퍼져서 그런거라는 할머니의 말. 동생이 떠나고 아빠는 울지않고 화를 내는데. 할머니는 그게 우는 거라고 했다. 울면서 그루 물건 내려놓으라며 소리치는 엄마. 언제까지 이러고 살순 없다는 아빠. 그런 모습을 보며 일부러 꽝 소리가 나게 현관문을 닫고 나왔지만 아무도 내다보지 않았다. 아무말없이 집을 나온 미루.

아빠 몰래 숨겨 둔 그루 물건들이 들어있는 가방. 그루가 좋아했던 종이접기. 골목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걷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 아무도 없이 새까맣고 커다란 자신의 그림자만 있는데.. 다시 걷는데 또 들리는 말소리. 그림자가 움직이며 말을 한다.

일요일 오후 다섯 시는 그림자 힘이 가장 강력해지는 시간이라며 마음이 무거운 사람의 그림자라면 더 강력해진다고 한다. 그림자를 쫓아 그림자들만 있는 그림자 공원을 간다. 실컷 놀지 못해서 떠나지 못한 그림자들이 있는 곳. 그곳에서 미루는 그루 그림자를 만난다.

그루 그림자랑 놀면서 자신을 향해 웃는 그루 그림자를 보며 가슴이 찌릿 저리는데... 그루 그림자를 향해 자신의 속에 있는 말을 하고.

그림자는 미루를 위로한다. 미루를 찾으며 공원을 뛰어다니는 엄마 아빠를 보며 미루는 자신은 이제 안아프니까 엄마 아빠한테 울지 말라고 한다. 엄마랑 아빠랑 형아가 자꾸 울면 자신이 너무 무거워져 날아갈 수가 없다면서.




일요일 오후 5시가 되면 그림자의 힘이 강력해진다니.. 그때는 밝은 마음만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야기.

아픈 동생이 떠나고 난 뒤 슬픔에 빠져 예전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족. 자신에게 신경쓰지도 않는 부모를 보며 집을 나와 돌아다니다가 동생의 그림자를 만난다. 아픈 동생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지만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동생에게 털어놓고 동생과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을 찾으러 다니는 부모를 만나고. 떠난 아이로 인해 다른 아이를 신경 못쓴 것때문인지. 미안해하는데.. 아이의 마음과 아이를 떠나 보낸 부모의 마음. 두 마음이 모두 이해가 되기에 슬프고도 따뜻해지는 이야기다.




<타이밍> - 체육을 못하는 아론이. 그로인해 8자 줄넘기를 질거같으니 왜 같은 반이냐며 화를 내는 승엽이.

자신도 모르게 편을 들어 책임지고 연습시킬꺼라는 지노. 아론이가 끼면 늘 져서 체육시간마다 왕따였다는데.

괜히 연습하자고 한건 아닐까 후회가 되었다. 그때 아론이가 줄넘기 줄에 걸리지 않고 뛰고 .. 지노와 아론이는 방과 후 연습을 계속 하게 된다. 아론이가 학교 운동장은 불편해해서 공원에서 연습을 하는데 잘 넘게 되자 우리가 해냈다고 아론이를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론이는 체육시간에 줄을 한번도 넘지 못하고. 아이들앞에선 잘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영우가 축구에서 이길려고 축구 못하는 아이들을 일부러 보건실로 보냈다고 하고 그 말을 들은 승엽이가 아론이를 보건실로 보내자고 한다. 그러면서 체육대회때 8자 줄넘기 하는 동안만 아픈 척을 해서 보건실 다녀오라고 아론이한테 말하는데. 다음날 아른이는 학교에 오지 않고.. 아론이한테 부탁한거냐며 좋아하는 승엽이의 말에 화를 내며 자신을 향해 욕을 한다. 아론이와 지노 사이에 무슨 일이...



체육을 못하는 친구를 위해 자신이 연습을 시키겠다고 당당히 말한 지노. 사람마다 잘하는게 다른데 .. 얼마나 힘들까? 하지만 둘이는 연습을 잘 하고 결국 줄을 넘는데. 학교 아이들앞에만 서면 못하는 아론이. 아마 지노와 친구들의 태도가 달라서 그런건 아닐까?

나를 믿고 지켜봐주는 사람앞에서는 긴장감을 풀고 자신감이 생겨 잘할려고 하고 내가 못한다고 말하며 안될꺼라는 아이들앞에서는 왠지 주눅들며 점점 위축되는.. 그러다보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되니깐. 연습을 하며 지노와 아론이 사이에 유대감이 생긴것같아 좋았는데 힘이 들었던건지.아니면 속마음이 그랬는지.. 다른친구에거 답답함을 털어놓는 지노. 왜 그런 어이없는 일을 했는지..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일.. 그 일을 해결하려는 지노가 잘 해결하고 아론이도 체육시간을 즐겁게 즐겼기를 바란다.



다섯 편 모두 다른 이유의 상처나 아픔. 힘든 시간이 있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잘 해결해나가는 거같아서 슬픈이야기가 아니라 행복한 이야기 같다. 어른들의 개입없이 아이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어려운 상황이어도 스스로 잘 겪어나가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는 씩씩한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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