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편지 독깨비 (책콩 어린이) 65
홍은경 지음, 장선영 그림 / 책과콩나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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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고양이 루돌프가 전해 준 행운의 편지,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라는 책 소개글에 행운의 편지? 요즘 학교에서 톡이나 문자로 행운의 편지를 주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고양이가 행운의 편지를 준다고? 우리가 아는 그런 행운의 편지 일까? 지예는 어떤 상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 속 밤하늘에 고양이의 등에 매달린 아이. 지예인가보다. 왜 고양이 등에 있을까? 밤하늘을 날아다니는걸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앞표지의 밤하늘과는 다르게 뒷표지는 산뜻한 꽃들로 채워져있다. 160여페지의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한템포의 쉼도 없이 읽혀진다.


 

 

 

그림은 다음 이야기 시작전에만 이렇게 나온다. 잔잔한 그림. 

 

 


갑자기 방에 들어온 고양이, "배고파, 밥 줘" 라는 소리에 지예는 어리둥절하다가 "밥 달라니까 뭐해?" 라는 소리에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방을 열고 나온 지예를 보며 놀라 소리치는 고모. 못 들은 척 수납장 안을 뒤져 참치를 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안타까워하는 고모의 목소리. 고양이를 만지며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고양이는 없었지만 빈 참치 캔으로 꿈이 아니란걸 알수 있었다. 고양이는 '다음다음다음날' 다시 왔다. 하얀 장갑을 낀 것 같은 검은 고양이. 정확히 삼 일마다 찾아왔다.


- 처음 커튼이 쳐있어서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 지예와 고양이의 만남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방 밖으로 나온 지예를 보고 왜 고모는 놀라 소리를 쳤을까? 고양이의 말을 지예는 어떻게 알아들었을까? 궁금해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었다.


삼 일에 한 번 나와서 참치캔을 가져가는 조카를 보며 고모는 컵라면에 참치를 먹으려는 줄 알고 좋은 징조처럼 여겨졌다. 궁금했지만 묻지 않으며 묵묵히 견디며 기도했다.  참치캔으로 빼곡한 수납장을 보며 지예는 고모의 마음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고모의 그런 행동이 지예의 마음을 딱딱하고 엇나가게 한다는걸 . 마음과 행동이 항상 반대로 움직였다. 방 밖으로 나온 지예를 눈물바람으로 잡는 할머니. 불쌍한 내 새끼,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고, 할미 속도 새까맣게 타 버려서 없어. 썩어 문드러져서 빈껍데기만 남았어...... 하늘이 무너져도 머거야 해. 산 사람은 살아야지.


- 부모님은 어디가시고 고모와? 거기에 할머니까지..그런데 할머니의 말이 이상하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다른 가족은?

아마 슬픈일을 당해 지예가 마음을 문을 닫은건 아닐까?


고양이는 참치 캔을 먹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어서 먹어. 지예는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마음속으로..

고양이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런 말 하는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어."

"다음부턴 사료를 가져와. 우리 고양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만든 사료 말이야. 이 참치는..."

... 루돌프란 이름의 고양이 . 산타를 믿고 루돌프를 믿는것처럼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되라고. '난 울지 않을 거야"


-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고 고양이도 지예의 말을 알아듣는다. 고양이로 인해 못자던 잠을 푹 자고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삼일을 기다린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건 마음의 변화가 생긴게 아닐까? 지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지 간에 변화가 생긴건 다행인거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되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증은 더해져서 얼른 뒷장으로 넘겼다


루돌프란 고양이를 만나면서 조금씩 방 밖으로 나온 지예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가보기까지 하는데... 지예가 집에 없자 놀란 할머니. 지예가 다시 학교에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애교도 부리고 그럴꺼라고 말하는 고모. 애교많고 밝던 지예는 왜 달라졌을지..잠꼬대인듯 중얼거리는 할머니.. "우리 애들 진혼굿을 해 줘야 하는데..."


- 진혼굿이란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어 위로하기 위해 하는 굿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불안한 지예에게 행운의 편지가 왔다. 루돌프 목에 있는 목걸이에 끼워져있는 종이쪽지

이것은 행운의 편지입니다. 라며 시작하는 편지. 사람은 자기한테 행운을 줄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당신에게 행운을 드리겠으니 자신에게도 행운을 달라는 편지. 정말로 행운이 필요하다며 부탁을 하는 편지에. 지예는 장난편지라고 생각하다가 자신도 정말 행운이 필요하다면서 시키는 대로 하고 답장을 썼다. 그러다 상대방과 몇번의 편지를 주고받는데. 마지막 행운의 편지만을 남긴 채 편지가 오질 않는다. 왜 오지 않았을까?



어떤 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지예가 말을 알아듣고 말을 하는 고양이 루돌프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가지다가 행운의 편지를 만나면서 자신의 슬픔을 이겨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이거 세월호 이야기같아.

세월호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읽어서인지.. 할머니의 진혼굿이야기며 남들과 다른 가족구성원의 모습이 연결되는거같았다.

지예의 마음속 상처가 고양이 루돌프로 인해 조금씩 밖으로 나오고 행운의 편지와 편지의 주인공으로 인해 치유를 하려는 과정이 잘 나타나있는 거같다. 지예의 아픔을 이해하고 애쓰며 기다려주는 할머니와 고모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 짧은 책 한권을 읽으며 슬픔과 안타까움, 희망을 느꼈다. 잊혀지지 않는 몇년전의 그 엄청난 사건도 생각나며 슬픔도 느껴졌지만 그래서인지 지예의 상처가 더 아플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입은 아이의 마음과 기다려주는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희망을 갖고픈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내가 알던 장난속 악의가 들어있는 행운의 편지가 아닌 정말 행운을 바라는 행운의 편지.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줄 수 있는 편지. 이런 편지라면 많이 많이 주고 받고 싶다. 이 책은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 좋을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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