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의 첫 번째 거미 - 2019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선정작 튼튼한 나무 34
양지윤 지음,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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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거미줄이 생각이 났다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책이었다.

집이, 건물이.. 이름을 가진 마음을 가진 생명이란 설정이 ..


처음에 미선이란 이름이 나와서 사람인줄 알았는데 미선이란 이름은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지어진 새집의 이름이었다


주위의 건물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눈 조일이가 500살이 된 늙은 푸조나무와 마지막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첫 장면. 100년 가까이 친구였던 큰 나무와 옛 양조장의 마지막..

가족을 기다리며 즐거워하던 노란색 2층 벽돌집은 인간에게 쓸모없어진 건물을 부수는 거라는 푸조나무의 말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오래오래 행복할 거란 생각이 사라지자 어떻게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방법만을 생각하였다.


큰 길가의 우체국 우정이와 장엄한 성당 답동이. 그리고 옛 비누 공장 애경이는

[ 돈이 되는것. 깨끗하고 편안하고 안전하다면 유리하다는 것 지저분하고 사람을 불안하게하면 끝]  이라는 말을 하며 건물은 인간의 것이며 그들의 뜻을 따른 뿐이라고 한다


새집은 건물의 운명이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것과 '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 가족의 만날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는데 그때 새집을 바라보던 푸조나무가 새집 마당에 촘촘히 심어 놓은 흰 개나리 같은 미선나무를 보고 새집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앞으로 널 미선이라고 부를게."


미선이라는 이름은 사람이 아닌 푸조나무가 지어준 이름이었구나

양조장이었던 조일이, 인천우체국은 우정이, 답동성당은 답동이, 비누공장은 애경이..

하나하나의 이름을 가지니 또 다른 생명이 느껴지는.



철거되지 않기 위해 벌레를 싫어하는 새집가족을 위해 어떤 벌레도 들이지 않고 

오줌이나 똥을 쌀 만한 녀석들을 내쫓고 낯선 사람도 감시하며 답동이가 알려 준 것을 잘 지켰지만 작고 여린 동물들이 수군대며 미선이를 멀리하고 '단 한 사람'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며 비워둔 다락방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그러다 거실벽에 보인 여덟 개의 긴 다리.. 거미가족.

아빠를 잃은 어린 거미들을 위해 아이들이 클때까지 눈감아주기로 한 미선이

그 후 집 뒤 쓰레기통 옆에 누운 지친 길고양이를 불러 마당에서 자게 하며 외로웠던 텅빈 느낌은 사라진것을 느낀다


사람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무섭다는 말을 하는 미선이에게


"시간은 바람이야. 상냥하면서도 매서워. 만들고 부수기도 하지.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도, 남편을 데려가고 널 데려온 것도 시간이야. 우리를 친구로 모이게 한 지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라는 거미여사의 말


"언제 어떤 바람이 오는지 알아?"

"우리는 불어오는 바람을 따를 뿐이지. 언젠가 그 바람을 타고 우주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네개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거야."


벌레를 싫어하는 식구들이 아기거미를 발견하고 책과 파리채로 죽이려 하자

미선이는 자신의 온몸을 힘껏 흔든다. 아기거미를 살리기위해..


몸을 흔들어 사람들을 겁먹게 한 미선이의 모습..

자신이 사라질까 두려워 지저분하고 더러운것들. 벌레들. 그런것들을 멀리하던 미선이가

아기거미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흔들어 그 순간을 벗어난 미선이에게

두려움보다 따뜻한 마음이 더 강해진것이 느껴졌다



 

집이 흔들리자 나갔다가 돌아온 가족이 도망치듯 떠난 후 졸찬이란 소년이 오자 너무 반기는 답동이와 우정이..

푸조나무와 삼총사(답동이,우정이,애경이)가 키운 아이라는 졸찬이는 건물들마다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고 애정을 가졌다


가족이 떠난 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헐값에 나온 집을 산 한가족.

거미와 마주한 가족을 보고 미선이는 또다시 몸을 흔들 생각을 하는데

이전 가족과는 달리 거미를 보며 어떤 종류인지 맞춰보며 즐거워 하는 가족들..

길고양이를 보듬어 주는 가족.

말은 더듬지만 마음은 따뜻한 재로..

그 아이를 미선이는 품에 꼭 안았다..


약간 다른 아이들보다 느린거같은 재로는 학교생활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부모보다 더 잘아는 미선이.

차가운 벽이지만 미선이의 마음만은 너무 따뜻하지 않았을까?

재로는 당차게도 말더듬는걸 연습하는 방송도 하고 방송에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 초대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서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된거같다.

시간이 지난 후 재로는 이민을 가게 되고 커서 다시 오겠다는 재로의 말..


24년전 재로네가 떠난 후 세 가족과 지내면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세탁소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

새로 지어진 원룸텔과 이야기 하던중..

이사 준비를 마친 가족이 이웃과 집을 살 사람이 없으면 철거해야한다는 말에

미선이는 감고 있던 눈을 뜨자 주변과 인사후 자신을 바라보며 웃어주는 애경이를 보았다.

미선이가 새로 지어졌을때 철거되는 조일이와 그걸 바라보는 푸조나무..

이젠 자신이 철거되는 애경이를 보는데..

애경이가 키운 아이나 마찬가지인 졸찬이가 그 사실을 알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오는...

아마도 가족을 잃은 느낌이지 않을까..



 

밑동만 남은 푸조나무. 그 푸조나무에서 얻어 주위에 심은 어린 나무들이

큰 푸조나무 이야기를 해달라며 조르다

 

"저녁 노을이 질 때 해 줄게. 모든 것이 끝나는 그 시간이 되면..."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거야."

 

오후가 지나고 해가 조금씩 떨어질 때도 지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고..

미선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어린 푸조나물들에게 이야기를 할때..

 

"할아버지, 할머니도 이 집에 살았어?"

라며 들려오는 남자아이의 목소리..

 

아이와 함께 들어오는 여자의 얼굴을 본 미선이..

아이는 엄마 손을 당기며 물었어요.

"우리도 여기 살 거야?"

"그래."

재로와 미선이는 서로를 오랫동안 마주 보았어요.


라는 마지막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찾는 사람이 없으면 구식이고 너무 오래되어 철거될 위기에 처한 미선이에게

오래전 이민을 떠날때 꼭 다시 오겠다는 재로의 말. 그걸 지킨 재로와 다시 만난 미선이.

가족과 돌아온 재로는 아마 미선이와 다시 따뜻한 집을 만들지 않을까?

오래된 옛건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한체 새로운 것들에 밀려 철거되는 모습.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사라져가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깝다.

오래되어서 안전상의 문제도 있긴 하겠지만 어느 하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없을텐데..

이익을 위해 안전을 위해 미관을 위해 철거되는 것들을 보며  새로 지어진 벽돌집을 미선이라는 이름을 주며 태어나고 나이들고 주변에  다른 생명(새로운 원룸텔.주차장 등..)이 생기고 오래된 것들은 철거되는 (사람으로 치면 생을 마감하는..)..

그러면서 느끼는 즐거움 외로움 무서움 등등을 표현한 점이 좋았다.


집을 지으면서 죽은 남편으로 인해 왠지 초월해버린 듯한 거미여사의 말과

미선이를 감싸주는 포근한 마음씨. 넉넉한 마음의 인자한 할아버지일듯한 푸조나무

책을 읽는 내내 철거되면 어쩔까 하는 불안한 마음.. 철거되는 건물들에 대한 안타까움

재로네 가족을 보며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 상상되며 읽는 내내 따스한 마음이 들었다.


책에 나온 주요건물들이 인천에 있는데 조일양조장, 동방극장, 애경사, 인천카톨릭회관 등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군부독재기를 견딘 소중한 건축유산을 무절제한 철거로 잃었다니 너무 안타까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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