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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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펼치고 책 속으로 걸어들어가자, 20대가 되면서부터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떠한 연유에서 시작되었든 '독립'이라는 것이 조금은 단단해지고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제공하기에 보다 넓은 측면에서 더 없이 선명한 순간을 제공하는 것임에는 분명했다.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제한된 금전적, 공간적 누림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오롯이 선택과 책임이 스스로에게 지워지면서 겪는 감정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저자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선언'을 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주어지는 자유와 일상의 홀가분함과 동시에 알게 모르게 겪는 이면의 헛헛함을 담담히 전하는 책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 진솔하게 느껴졌고, 이 책에서 맛보는 인간미와 자연스럽게 그 감정을 따라가다보면 마주하는 나의 지난 시간에 대해서도 곱씹어보게 되는 책이었다. 뿐만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시대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회사에서 하는 후원 캠페인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독거인들을 위한 안부를 매일 우유를 전하며 확인하는 것으로 '우유 안부 캠페인'이라는 대목에서는 가슴 속 뭉클함까지 느껴졌다. 


_p.105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넘나드는 친구들을 동경하며 매번 다시 한번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고 다시 더 크게 크게 그려본다. 내가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길 바라며. 


_p.132/133

마냥 행복해야 한다고, 그저 기뻐야 한다고, 그냥 웃자며, 모든 일을 못 본 척 허허거리며 넘기려고 했던 나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이고, 상황에 눈감고, 성장하지 않았던 걸까. ...28살이 되어서야 마주했던 큰 파도들을 '이십팔춘기'라 부르려고 한다.

감정의 파도를 꿋꿋이 넘고 있는 친구들에게 어느 가수의 노래처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삶의 반직선 위의 점일 뿐이라며 위로를 전하고 싶다.

피하지 말고 온전히 싸워내시길.


  이런 독립이라면 얼마든지 권장할만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꼭 한번은 마주하게 될 순간이지 않을까 곱씹어 보게 된다. 수많은 청춘을 저마다 겪어내고 살아내는 인생들에게 가감없이 들려주는 개인적 생활이자, 공감을 살만한 이야기가 어딘가에는 묻혀 있기에 책장 어느 시점에선가 들킨 마음처럼 지난 날의 청춘을, 지나가고 있는 청춘, 그리고 지나갈 청춘에 대한 생각을 한번씩 다듬어보지 않을까란 생각에서다. 


  저자가 혼자 여행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느낌이 참 좋았다. 혼자 여행이라는 것을 한동안은 내려놓아야 하는 내게 있어서는 그게 어디가 되었든 멀지 않은 곳이더라도 혼자 타지역을 가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여행이었고, 또 언젠간 그 여행을 하겠노라고 작은 그림을 그리고 있기에.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낯선 느낌을 동반자 삼아 나의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내면과의 마주함을 통해 한층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이 주는 묘미라면 묘미이자 이득이 아닐 수 없다. 혼자라서 할 수 있는 것들에 푹 젖어들만한 시간은 지금 바로 이 순간이라는 것을.


_p.203

그렇게 반복된 행동이 하나둘씩 쌓여 습관을 만들었다. 


시, 책, 영화, 음악 등 무엇 하나 전문가처럼 술술 이야기할 줄 아는 건 여전히 없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이 뭔지는 분명히 알았다. 취향이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뜻하는 거라면 내게도 있긴 있다.

취향 뭐 그거.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보자.


_p.217

책 내용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좋다. 활자에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착 내려앉고 안정되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_p.235

세상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난 나의 길을 걷고 싶다.

우리는 각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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