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Studioplus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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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만으로는 도무지 스토리를 예상할 수 없었다.

  아이들 그림책으로는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칼데콧 상' 수상작가인 존 클라센과 맥 바넷의 책이라는 것으로 보아 기대감으로 펼쳤다. 어떤 마음을 지니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세모는 덤덤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그림 자체가 복잡하지 않아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나, 몇 줄 안되는 글이 실어주는 힘은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가는 힘을 보여준다.  

 

  익살맞은 세모의 네모를 향한 장난끼를 발산하며 여러 모양을 지나 네모에게 가는 여정은 여백과 화려하지 않은 색채감 속에서도 배경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는 듯했다. 결국 네모에게 다다른 세모는 네모를 깜짝 놀래키고는 부리나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뒤를 네모가 따라오는 장면이 대부분의 지면을 활용한다. 복수를 하겠다고 세모를 따라와서는 세모의 집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된 네모의 엉뚱함, 그러나 어두움을 싫어하는 세모에게 네모의 몸집으로 빛을 가로막아 어두컴컴해지자 이를 위해 쫓아왔다고 말하는 네모. 그 속내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고 있어 책을 덮고도 뭔가 여운이 남는다. 


  어른이 되어 그림책을 접할 때 장점이자 단점은 상대적으로 글밥이 적어 그림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면에서 시적 언어와 비슷하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어떤 판단과 느낌에 대한 책임을 독자에게 슬쩍 넘겨버리는 듯한 세모의 장난끼가 마치 독자에게 던지는 작가들의 센스로 여겨지니 말이다. 이런 면에선 있는 그대로를 보는 아이의 시선을 빌리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체로 한두줄 정도로 글밥이 적은 편이지만 이야기의 후반부에 좀 더 내용이 길어진 것은 숨가쁘게 달려온 세모와 네모 사이에 일어난 일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느꼈다. 세모에 지지 않는 네모의 복수라니. 

  어떤 면에서 너무도 다른 두 모양의 주인공이 서로를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과,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서도 어느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고 그렇게 장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면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어쩌면 그 둘의 두터운 신뢰의 바탕이 아니고선 오히려 무례한 장난일 수도 있는 어이없는 들이댐이 아닌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타인으로 만나 인연을 맺고, 상대방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다른 모습에 불편함보다는 호탕하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간단한 한권의 그림책을 통해 배웠다면 배운 부분이다. 굉장히 유치하고, 결말이 뭐 이렇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책을 펼치고 또 펼치다보면 그때 그때 또 다르게 다가오는 관점을 맛보는 것이 바로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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