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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그래도 사랑한다
박용호 지음 / 살림Friends / 2013년 12월
평점 :
중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마냥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반마다, 그리고 전교에는 '서열'이 명백히 존재하였고, 그 서열에 따라 각자의 '계급'이 매겨졌다. 그리고 그 계급의 밑바닥에 있는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매시간이 지옥이었다. 오히려 선생님의 그늘에 있을 수 있는 '수업 시간'을 더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린나이에 처절한 계급사회를 직접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고등학교를 거쳐서 대학생이 되었다. 이제 20대 중반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중학교 시절의 기억들은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는, 까마득한 옛날 일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의 그 처절함을, 그 슬픔을, 이제는 그저 어렸을 적의 한 부분으로만 인식하고, 내 마음 속에 깊숙히 묻어 놓은 것 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그 시절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그토록 문제가 많았던 중학교 교실. 당시의 나는 누군가가 이런 교실을 바꿔주길 원했다. 당시의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나보다 훨씬 커다란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가 나타나서, 우리들의 문제를 공감해주고, 보다 밝은 교실이 될 수 있도록 바꿔주길 원했다. 당시의 나로선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난 그저, 혹시라도 잘못걸려 계급의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조용히 지내던, 힘 없는 아이에 불과 했으니 말이다.
대학생의 절반을 보낸 내가, 이제서야 당시에 그토록 바랬던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아니, 바꿀 순 없어도, 적어도 공감해주고, 도와줄 수 는 있는 그 누군가는, '어른' 이었다. 그 어른이 학교 선생님일 수 도 있고, 부모님일 수 도, 상담사, 심리치료사가 될 수 도 있겠지만, 대학생이 될 수 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대학생이었다. '그 누군가' 중 한 명은, 다름 아닌 지금의 '나' 였다.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며, 그 비참하고 처절한 계급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나는, 어느새 그 문제에 관해 무관심 해 졌다. 내가 뛰어든 새로운 사회는, 더 이상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었고, 그런 사회는 내게 너무나도 편했다. 이제는 물리적인 힘이 아닌, 지식을 키워야 이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올라 설 수 있었고, 그런 내게, 내가 과거에 속했던 사회로의 관심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다. 이런 이유로,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한 아이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과거의 문제'에 뛰어들기로 한 저자. 그는 이것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피에로 복장을 입고, 단 한명의 학생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강연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밥이 되는 것도 아닌 저자의 행동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냉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노력은, 조금씩 '과거의 문제'를 개선시키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몇명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불씨'를 심어 놓아, 그 몇명의 삶이 지금 이 세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줄 지도 모른다.
개구리는 올챙이를 보며, 자신은 어렸을 적 올챙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 누가 과거의 추한 모습을, 과거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고 싶겠는가.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개구리의 과거가 올챙이가 아닌, 작은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아이들의 문제'에 관해서, 올챙이의 슬픔을 그저 남몰라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이제 개구리 라는 이유로.
나는 이 책을 계기로, 한 가지 결심을 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글을 열심히 쓰기로. 단 한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생각이 바뀐다면, 그리고 그것을 계기로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해서, 세상이 조금이라도 밝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저자가 원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단 한명이라도 자신의 책을 읽고, 청소년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저자와 더불어 미약하게나마 노력을 하게 되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