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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도미니크 보나가 쓴 전기 '로맹가리'를 다 읽었다.
번역 상의 문제인지, 작가의 문제인지 먹을만한 문체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읽다보면 구역질이 났다.
어떻게 이렇게 글을 못 쓸 수가 있지? 특히 그 무한히 반복해서 나오는 쉼표와 말 줄임표. 내가 작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다면, 기본적인 문법이나 화려한 어구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닌, 쓸데없이 줄 위에 남발하여 써대는 쉼표와, 제대로 침묵 혹은 고요와 같은 생략의 밥상도 차려놓지 않은 공간 위에 찍어댄 말 줄임표는 분명, 첫째로 글자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행위로써 신성한 글에 대한 모독이며, 둘째로 관객들의 숨을 마음대로 중간에 토막내버려 호흡곤란을 일으키게 만드는 일이므로 그것을 신경쓰라고 하는 것이다. 쉼표와 말 줄임표를 남발해대며 비장하다는 듯이 웅변조로 자신의 작품을 읊는 작가를 보면, 그 글에 나오는 점 갯수만큼 주먹을 먹이고 싶다.
내가 미국 작가들을 싫어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왜 걔네는 쉼표를 남발할까? 그게 자기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실용주의에 부응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쉼표를 너무 안쓰는 일본 작가들도 마음에 안든다. 짧디 짧은 걔네 문장을 읽다보면, 읽는 이로 하여금 진지함이라는 것을 잃게끔 만드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그 짜증나는 글솜씨를 달관하고 어느새 내용에 열중하게 될 때, 책의 내용은 변한다.
대충 그가 누구인지 그의 작품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여러 재미있는 뒷 이야기는 로맹가리를 향한 내 끝없는 갈증을 유인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생은 수치 따위로 표현될 수 없는, 배우의 숨소리와 관객의 긴장감이 살아있는 연극 그 자체였다. 그의 마지막까지도.
비록 행복과 그가 가까워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냈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존경,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한 그의 아내 진 시버그와 수많은 전사자들을 배출했던 세계대전의 전장은, 이미 그가 '운명'이라는 단어를 갖고 태어났음을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재능과 운. 무대와 조명과도 같은 이 두가지 연극적 요소가 갖추어진 그의 무대에선 그가 마음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산하며 관객들을 감탄시키는 일만 남았었고, 역시나 그는 그 일을 그 누구보다도 성공적으로, 가령 비교하자면 나폴레옹이나 모짜르트, 여타 가슴을 뛰게 하고 손을 쥐게 만드는 인물과 견주어 봐도 전혀 손색 없을 정도로 잘 해냈다.
특히 마지막 순간, 그 연극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기립박수를 하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연신 탄성을 자아내는 입을 벌린 채.
로맹가리는 그의 권총 자살 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연인의 죽음이나 고독, 생의 슬픔 따위가 아닌,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어서이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한 바탕 즐기다 가오. 고마웠소. 안녕히 계시오."
그의 말마따나, 너무나도 완벽한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