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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인간의 출현 - 게임이론으로 푸는 인간 본성 진화의 수수께끼
최정규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기는 하지만, 유익하지 않은 책이 있고, 유익하긴 하나 재미가 없는 책도 있다. 물론 재미도 없고 유익하지도 않은 책도 적지 않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재미도 있고, 얻을 것도 많은 책이다.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자기 욕심만 채우는 두 형은 망하고, 착하고 남 도울 줄 아는 바보 이반이 결국 잘산다는 내용에 한편으로 공감하면서도 세상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기 아내와 자식을 죽이고 보험금을 타내려고 청부 살인을 부탁한 인간이나 세상에 들끓는 사기꾼을 보면, 우리는 사람의 본성 밑바탕에 이기주의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그런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자본주의 사회가 성립된다고 믿기도 쉽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에 착한 사람, 남을 돕는 사람, 심지어는 자기 목숨까지 희생하면서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들을 보며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굳게 믿는 사람도 많다.
이 책은 ‘진화적 게임이론’이라는 낯선 이론을 바탕으로 자기한테 이익이 되지 않는데도 남을 돕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 까닭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실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남을 돕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 저만 아는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은 큰 이익을 얻게 된다. 남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도움만 받으니까.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협동 사회는 사라지고 이기주의 사회로 변하고 말게 될 것 같다.
실제로 남을 돕는 사람과 저만 아는 사람이 각각 반씩 있는 집단을 만들어 모의 실험을 해 보았더니 처음 얼마 동안은 남을 돕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저만 아는 사람들이 80%가 넘게 되었다. 이런 실험 결과를 보면 남을 돕는 사람은 손해만 보다가 멸종하게 되고 세상은 이기주의자만 살아남을 것 같다. 그런데 실험을 계속해 나가면서 점점 이기주의자들이 줄어들고 다시 남을 돕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다. 그리하여 대략 60%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은 우리 사회에 혼자만 잘살려는 사람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은 까닭을 설명해 준다.
이런 일은 자본주의 경제 원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왜 기차역 부근에 있는 식당 음식이 형편없는지, 왜 사람들은 단골 가게를 찾아가는지, 길에 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또 말없이 치우는 사람도 있는지, 그래서 늘 깨끗한 길이 유지되는지, 이런 수수께끼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어려운 이론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는 그 일을 해냈다.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