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농부가 세상을 바꾼다 귀농총서 13
요시다 타로 지음, 안철환 옮김 / 들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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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아바나가 쿠바의 수도란 것을 몰랐다. 쿠바는 세계 유일의 강대국이라는 미국에 맞서서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는 피델 카스트로가 이끄는 나라이고, 혁명가 체 게바라의 조국이다.

그런데 그 쿠바의 수도 아바나가 생태도시로 거듭났다고 한다. 그것도 엄청난 재난을 딛고 일구어낸 성공이라 하니 어찌된 일인지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1959년 쿠바 혁명 이전에는 미국의 반식민지 상태였던 아바나는 혁명 이후 매우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그 동안 지원받던 막대한 원조가 끊어졌다. 게다가 미국은 카스트로 정권을 쫓아내려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쿠바와 무역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 경제 봉쇄가 어느 정도로 가혹한 것인가 하면, 이른바 ‘테러 국가’라 하여 경제 봉쇄를 당하는 이란이나 북한조차 인도주의 차원의 의약품이나 식료품 지원은 받았는데, 쿠바는 그런 지원마저 받지 못하게 금지시켰다.

엎친 데 덮친다고, 섬나라인 쿠바는 허리케인의 피해를 자주 당하는데, 1993년에는 폭풍으로 4만 채가 넘는 집이 무너지고 농작물도 큰 피해를 입었다. 더구나 쿠바는 농업 국가라고는 하나 벼나 밀 같은 주곡 농사가 중심이 아니라 사탕수수나 커피 같은 수출용 작물 농사를 지어 왔다. 경제 봉쇄 이후에 농약이나 화학비료 수입이 어려워지고 석유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라틴아메리카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기계농업은 더 이상 지탱할 수가 없게 되고 말았다.

쌀이나 밀 같은 기초식품의 57%를 수입에 의존하던 쿠바의 국민들은 굶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스트로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부족한 식료품을 여자와 아이들에게 우선 배급하기로 하였다. 그것조차 점점 줄어들어 13살 이하 어린이에게 공급하던 우유를 7살 이하로 낮췄다가 3살 반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장은 문을 닫고 수도나 쓰레기 처리 같은 공공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전염병이 퍼졌지만 치료할 의약품조차 없었다.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병들어 죽을 지경으로 내몰렸다. 미국은 이제 카스트로가 무릎 꿇고 굴복할 때만 기다리면 되었다.

이런 위기를 맞은 아바나 시민이 선택한 비상 수단은 다름 아닌 농사였다. 그것도 시골로 내려가서 짓는 농사가 아니라 도시를 경작하는 것이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수입할 길이 없으니 저절로 유기농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도시 농사가 10년이 지나자 220만 명의 아바나 시민을 먹여 살릴 채소를 자급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 위기 전에는 쿠바 국민의 37%가 비만 초기였고, 20%가 비만 체질이었을 정도로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육식 중심의 식생활을 하였으나 지금은 유기농산물 중심의 채식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시 농업은 우리 몸에 해롭지 않은 먹을거리를 줄 뿐 아니라 환경오염과 에너지 문제 같은 여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아바나의 사례는 꼼꼼히 살펴보고 복기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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