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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장 쓰기 ㅣ 오늘의 사상신서 155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1992년 3월
평점 :
품절
글은 어떤 사람이 쓰는 것인가? 이렇게 물으면 대개 시인이나 소설가, 수필가 아니면 평론가 같은 사람들이 쓴다고 할 것이다. 물론 학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글을 읽는 독자일 뿐이고, 글을 쓰는 일은 전문가나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문장 쓰기>는 그런 잘못된 통념을 깨뜨리는 책이다. 지은이 이오덕 선생은 오랜 동안 아이들 글쓰기 교육을 실천 연구해 온 경험과 우리 말 바로 쓰기 연구를 바탕으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배움책을 펴냈다. 지은이는 이 책이 '지금까지 나온 어떤 문장작법 종류의 책과도 다르다'고 말한다. 어떤 점이 다른가를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지만, 여기서는 책을 읽은 독자로서 내가 느낀 점을 간추려 보겠다.
첫째로, 앞에서 밝힌 대로 보통 사람, 그 가운데서도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길잡이책이라는 점이다. 지은이는 '글은 작가나 그밖에 특수한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 곧, '농민도 어민도 노동자도 상인도 공무원도 교원도, 누구나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글은 전문 문인이란 사람들이 방안에 앉아 관념과 상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겪은 온갖 일들과 생각을 써야 올바른 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표현이 필요한 사람들은 글을 쓰지 않는다. 쓰고 싶어도 어떻게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둘째로, 병든 우리 글을 되살리려고 한 점이다. 학자들이나 전문 문인들은 한문글투를 비롯하여 일본글투, 서양글투로 우리 글을 더럽혀 놓았다. 이렇게 잘못된 글을 신문이나 잡지, 방송으로 퍼뜨리는 책임은 바로 글로 살아가는 사람 곧 지식인들이 져야 한다. 이 책에는 곳곳에 들어놓은 보기글마다 일일이 잘못된 점을 밝히고 바로잡아 놓아, 우리 말법에 맞는 바른 우리 글을 쓸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셋째로, 아이들 글쓰기 교육에서 우러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책이다. 글쓰기 교육을 참 삶을 가꾸는 수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보는 지은이는 그 동안 잘못된 글짓기 지도 -- 어른들의 문학 작품 쓰기를 아이들 글짓기 지도에 그대로 적용하는--를 비판하고 바로잡아 왔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문학이 너무나 잘못되어 있기에 어른들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삶을 정직하게 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우리 삶을 바로 세울 수 있고, 병든 우리 글, 겨레 얼도 되살릴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정신은 이 책의 곳곳에 되풀이하여 강조되어 있다.
넷째로, 국어학이나 문학하는 사람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책이다. 그 동안 나온 여러 문장작법 종류의 책을 보면 외국 이론에 맞춰 써 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제 나라에서 제 아이들을 가르쳐 얻은 경험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남의 나라 이론을 보물단지 여기듯 하는 학자들의 문장론 책과는 아주 거리가 먼 책이다.
다섯째로,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글을 쓰는 비결이 담긴 책이다. 흔히 교과서의 글은 유명한 작가나 시인이 쓴 글, 그 가운데서도 이른바 '미문'이라 하는 글들을 좋은 글이라고 아이들에게 보여 준다. 아니면 학자들이 쓴 어려운 글을 잘 쓴 글로 여기도록 가르쳐 왔다. 지은이는 이러한 아름다운 글, 어려운 글의 거짓을 밝혀 놓고 있다.
<우리 문장 쓰기>는 일하면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을 위한 책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마당이 신문이나 잡지의 독자 투고란인데, 지은이는 이런 투고란에 자주 글을 써 보낼 것을 권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그저 신문이고 잡지고 책이고 전문 문인들이 주는 글을 받아 읽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글을 써서 서로 살아가는 모습이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만큼 빨리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