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지음 / 세종(세종서적)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원 제목은 'How are we to live?'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길인가?'를 묻는다는 건 참 어처구니없게 보인다. 바르게 사는 길이야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다 나와 있다. 어떤 사람은 유치원 때 배울 건 다 배웠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바르게 사는 게 뭔지 배웠으면서도 사람들은 바르게 살지 않는다. 아니 바르게 살지 않으면서도 바르게 산다고 착각을 한다. 피터 싱어는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만족하는 사람은 자신의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의 앞머리에 플라톤의 <국가>에서 인용한 '기게스의 반지' 이야기가 나온다. 리디아 왕의 양치기인 기게스는 어느날 폭우를 피하려다 땅 속 구멍에서 금반지를 발견하게 된다. 반지를 끼고 다니던 기게스는 우연히 반지 구슬을 안쪽으로 돌리면 자기 몸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기게스는 이 반지를 이용하여 왕궁에 들어가 왕비를 유혹하고 왕을 죽인 다음 왕관을 차지한다.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은 과연 기게스처럼 행복이라는 왕관을 차지할 수 있을까? 피터 싱어는 '미국은 개인의 사익을 기초한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이라고 지적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이 미국의 범죄율'이라고 말한다. 1992년에 일어난 로스앤젤레스 폭동은 미국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건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약탈을 서슴지 않는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와 맺는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이전 농경 사회에서 사람은 자신의 노동력으로 일하여 생산한 만큼 소비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생산한 것에 의존해 살기보다는 물려받은 자산을 까먹고 있다'는 것이다. '산림을 베어 내면 낼수록, 광물을 수출하면 할수록, 토지의 이용을 촉진하면 할수록 우리의 GNP는 늘어날 것'이지만 그것이 자연 생태계에 후손들이 갚아야 할 빚으로 남는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윤리적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그리하여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증명해낸다.

이기적인 사람들과 사기꾼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바르게 살 수 있는가? 한 가지 방법으로 싱어는 처음에는 친절하게 협력하고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한테서 대우받는 대로 되돌려 주는 방식을 소개한다. 컴퓨터 전략 게임에서 이 방식으로 짠 단순한 프로그램이 이기주의나 비열한 방식의 정교한 프로그램을 모두 이겨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감히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세를 주도하고 있는 물질적인 자기 이익관에 대한 대안으로서 윤리적인 삶을 사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복원해야 한다.'(363쪽)

이 책 한 권이 바르게 살면서 제대로 사는 방법을 모두 가르쳐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길을 밝혀 주는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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