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여행 - 고흐와 함께하는 네덜란드.프랑스 산책
최상운 글.사진 / 샘터사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났더니 여행을 마치고 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여행지는 특정한 장소는

아니었고, 고흐의 그림이었고 고흐의 삶이었다. 작가분이 고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느낌을

내내 받을 수 있었고, 그 감정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기 마련인가보다. 이 책을

읽고나서 어느새 고흐가 좋아진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원래 고흐의 그림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호불호를 선택하라고 강요당한다면 좋아한다

말하겠지만 특별한 감정이 향하는 화가는 아니었다. 그에 대해서는 워낙에 많이 알려져

있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가지고 있는 고흐에 대한 정보가 적지는 않았다.

그래서 맹송 맹송한 감정을 고흐에게 갖고 있었나보다. 좋아해서 안다는 보다는, 알고 있어서

익숙해서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점점 고흐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고흐의 고독과 절망에 대해서,

고흐의 그 그림들에 대해서, 그가 동생에게 보냈다던 그 편지들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고흐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면서 안타깝고 조금은 슬펐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표지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며 고흐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하게 인식했다.

이 유명한 화가의 흔적을 쫓아서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여행한 작가. 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는 작가의 여정을 쫓아 고흐의 삶으로 잠깐 동안의 여행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여행지에서 고흐가 봤던 풍경을 보고, 미술관에서 고흐가 그렸던 그림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 당시 그곳에서 고흐가 어떤 삶을 살았다는 걸 자세하게 알고있는 채로

미술관을 거닌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으려나. 책에서 설명되어 있지만 궁금해졌다. 만약

내가 그 곳에서 그 그림을 보고 풍경을 보게 된다면 느끼게 되는 그 감정들이.

이전과 다른 기분으로 그 그림들을 보게 되리라, 분명. 같은 그림이지만 다른 기분으로

그 그림을 보게 될 것이고 이전에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네덜란드에 가보고 싶어졌다. 얼마전에 네덜란드가 배경으로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저기에서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겠다고 싱긋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네덜란드에 가야겠다 싶어졌다. 네덜란드에 가서 반 고흐

미술관에 가는거다. 그리고 그림을 보고싶다. 천천히, 오랫동안 그림을 봐야겠다.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까지 가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게 몇가지 있다면, ‘별이 빛나는 밤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고흐의 정신적인 문제로 밤하늘이 그리 보였던 것이라는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고흐는 엄청나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이 가정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고흐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 사인이라고 해야하나?

고흐에게 타살설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고흐가 권총자살을 했다는 것과

그 뒤를 따라 동생 테오가 죽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고흐가 심장 부근에 총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와서 죽기까지 시간의 간격이 있었고, 그 곁은 테오가 지켰다는 건

몰랐었다. 피가 흐르는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며 작은 방으로 간신히 간신히 걸음을

옮기는 고흐가 상상이 되어서, 그게 이미지가 되어버려서 한동안은 어쩌면 앞으로 내내

고흐를 떠올릴 때면 이 장면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고흐를 좋아하게 되었고... 고흐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게

더 정확하려나?...네덜란드에 가고 싶어졌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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