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로한다 - 서로에게 서툰 가족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
오거스터스 네이피어.칼 휘태커 지음, 남순현.원은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5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 책에서 한 가족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가족치료를 받는 과정을

세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변호사 아버지, 세련되고 아름다운 어머니,

세 아이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즐거운 나의 집이 허상으로 변모해버렸다. 어머니와 큰 딸이 맹렬하게 충돌하고

있었고, 그 사이에서 아버지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단호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나머지

두 아이들도 그 속에서 고래 싸움에 휘말린 새우같은 형상이었다. 이전에 치료를 받고있었고

거기에서 딸이 정신분열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 멘붕 상태에 빠졌던 부모는 이리저리

알아본 끝에 가족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가족 치료를 일단 받기로 했지만, 그 치료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한 공간에 치료를 받기 위해 모였다.

첫 날에는 아이들 중 한 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중에 한 명의 불참은

치료의 시작조차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책의 작가인 그들의 치료 원칙 중 하나였다.

가족 모두가 모였을 때 치료를 시작한다는... 가족 치료를 받기로 한 이상 이제 그들은 한

배를 타고 바다 위에 띄워진 것이다. 바다로 뛰어들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가족 치료가

완전히 끝나거나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빠져나갈 수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이 한 가족만이 이 책의 전부를 차지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가족 치료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닐까 막연히

예상했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짐작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그 가족들이

거의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일단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나서 그들이

문제라고 주장했던 딸과 어머니 사이의 불화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모녀간의

갈등이 사태의 심각성을 표면화하고 그들을 상담실까지 끌어들이게 했을지는 몰라도

그 기저에는 좀 더 복잡하고 오래된 갈등이 숨어있었다. 이 책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이 가족이 가지고 있는 그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파고들고 있다. 모녀간의 문제는

부부간의 위기로 확대되고, 급기야는 그 부부들의 부모와의 관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처음 상담이 시작할 당시에 언급되었던 딸과 어머니의 첨예한 대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게 밝혀진다. 그리고 해수면 아래에 있는 빙산은 훨씬 거대하고 견고했다.

이 책은 그 빙산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족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갖고

있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가족들을 얼마나 괴롭게 할 수 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면

보통 가정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이 가족의 상담 과정을 읽다보면 낯설지 않은 장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가정의 보편적인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