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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 - 울면서 떠난 세계여행, 2년의 방황 끝에 꿈을 찾다, 2024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홍시은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11월
평점 :

막학기를 남겨둔 요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알게 된 게 있다면, 꿈을 찾는 일은 무엇보다 나를 지독히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학교를 넘어 도망친 21살 대학생》을 읽으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여행 에세이인 만큼 2장부터 우간다, 이집트, 인도, 네팔을 배경으로 한 글이 실려 있지만, 제목은 물론 '울면서 떠난 세계여행, 2년의 방황 끝에 꿈을 찾다'라는 부제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 속에 묶인 글들은 여행지에 대한 찬사보다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며 꿈을 찾는 여정을 주로 말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자신이 원하는 걸 찾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해서 들여다본 기록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꿈이 있는지, 누군가 '꿈이 있냐'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 같은지. 어쩌면 그 질문 자체로 불편한 사람도 있겠다. 고학년이 되면 동기들과 취업 얘기를 쉽게 나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느끼는 부담감 만큼 질문이 무거워져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어버렸다. 이 책의 저자인 홍시은 작가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공부와 성공을 강요받는 것 같아서 오랫동안 싫어했다고 말한다.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고 어쩔 때는 대놓고 잠을 자는 학생, 어느 것에도 열정을 찾지 못해 도피할 곳을 찾는 학생. 그 학생들 중 하나가 바로 홍시은이었고, 그렇게 방황하던 그녀가 찾은 것이 바로 여행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도망치듯 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도망치고 나서야 비로소 꿈이 보이기 시작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책이 학교를 그만두기를 부추기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방점은 학교를 나온 것이 아닌,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과감히 따라가는 데 찍혀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올라탔던 지하철, 그 안에 콩나물처럼 가득 찼던 사람들과 나. 우리는 모두 퀭한 눈빛을 하고 어디로 향하고 있던 것일까. 모두가 맹목적으로 향하고 있는 그 가치는 일시적인 것일까, 영원한 것일까.
(...) 이제는 사라지지 않는 가치를 따라가고 싶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세상 어느 곳에 있든 유효한 그것은 바로 나만의 가치이다. "-p. 104
나라는 존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세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회의 가치가 아닌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 학교를 뛰쳐나온 그녀는 우간다에서 학교를 지었고, 물 공포증으로 물에 뜨지도 못하던 그녀가 지금은 다이버의 성지 다합(이집트)에서 다이버들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모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각오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 걸어가며 이뤄낸 것들 것들이었다.
강의실 맨 뒷자리를 차지하는 무기력한 학생 중 한 명이 점차 빛나는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혹시 나도?'하는 기대를 품게 된다. 홍시은 작가는 도피한 여행에서 비로소 꿈을 찾았다. 어쩌면 우리의 꿈도 우리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곳, 바로 그 주변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사회의 가치가 아닌 나의 가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는 이만한 용기를 주는 책이 없을 것 같다.
*푸른향기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