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결과
정민 지음 / 리브레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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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은 늘 시작할 때보다 끝난 뒤에 더 오래 남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사랑이 남긴 흔적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기다렸고, 믿었고, 또 멀어졌던 시간들이 한 장면씩 그림처럼 떠올랐다.
​
제목은 사랑의 결과이지만, 단순히 사랑이 끝난 뒤의 상처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었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감정은 왜 오래 지워지지 않는지, 끝난 마음이 왜 다시 나를 비추는지 묻는 책이었다.
​
이 책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문장은 길게 설명하지 않는데도 장면마다 색이 있었다.
검은 배경 속에서 희미하게 번지는 빛처럼, 사랑의 감정도 선명하게 말해지기보다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지나가지 않고 마음 안에 걸렸다.
​
사랑을 말하는데도 달콤함보다 쓸쓸함이 먼저 왔고, 이별을 말하는데도 완전히 차갑지만은 않았다.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시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의 끝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는 보통 설렘과 기대를 먼저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랑이 내게 무엇을 남겼는지, 나는 그 사랑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아주 섬세하게 건드린다.
​
사랑이 아름다웠는지, 아팠는지, 후회였는지, 성장인지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든 감정이 한 사람 안에 함께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조용해졌다.
​
책 속에서 사랑은 한 가지 색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람마다 사랑의 색이 다르고, 끝의 모양도 다르다.
어떤 사랑은 분홍빛처럼 따뜻하게 남고, 어떤 사랑은 죽어버린 색처럼 어둡게 남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두움조차 완전히 미워할 수 없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기억은 결국 내가 지나온 시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마음, 정리하고 싶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관계, 끝났지만 끝났다고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이 책 안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
특히 좋았던 점은 사랑을 무조건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랑에는 기대도 있고, 집착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도 있다.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 안에는 때로 내가 나를 얼마나 외롭게 두었는지에 대한 고백도 숨어 있다.
이 책은 그 복잡한 마음을 과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
​
사랑이란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고, 사람은 사랑을 겪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다.
​
읽다 보면 결국 이 책은 타인을 향한 사랑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를 향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오래 바라보던 눈이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처럼 읽혔다.
사랑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상대에 대한 기억만이 아니었다.
그때의 나, 그 사람 앞에서 작아졌던 나, 기대했던 나, 버티던 나, 그리고 다시 살아가려는 내가 함께 남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슬픔은 무너지게 하는 슬픔이 아니라, 가만히 나를 돌아보게 하는 슬픔이었다.
​
그림과 문장이 함께 있어서 더 특별했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보면 문장으로 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색으로 이어졌다.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페인팅노블이라는 형식이 낯설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 형식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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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림이 더 많은 말을 해주는 순간이 있었다.
​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아직도 마음 한쪽에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오래 붙잡게 될 것 같다.
사랑의 결과는 끝이 아니라 남겨진 마음을 이해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일이 나를 망가뜨리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어떤 끝은 다시 나를 살펴보게 만드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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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빠르게 읽고 덮는 책이라기보다 천천히 넘기며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책이었다.
문장과 그림 사이에 멈춰 서는 시간이 많았다.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마음 안에 남아 있는 색을 조용히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사랑의 끝을 통과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둡고도 부드러운 빛을 쉽게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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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의 나
제인 수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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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잘하려고 애쓴 날일수록 이상하게 마음은 더 쉽게 무너진다.
분명 하루를 대충 산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버티고 참고 해냈는데도 밤이 되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질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런 날의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오늘도 충분히 애썼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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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위로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단순히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는 책은 아니었다.
관계에서 상처받은 마음, 가족을 향한 미안함,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 뜻대로 되지 않는 하루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마음을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
가장 좋았던 점은 위로가 과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힘내라는 말이 때로는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데 더 힘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억지로 일어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지금 지쳤다면 잠깐 쉬어도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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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못한 하루도 하루였고, 무너진 마음도 내 마음이니 함부로 미워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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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나에게 얼마나 야박했는지를 자주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왜 이것밖에 못했냐고 다그쳤던 날들이 많았다.
몸이 피곤한 날에도 마음이 약해진 날에도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무시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고, 충분히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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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할걸 하는 후회는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이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식사 한 끼, 안부 한마디, 별것 아닌 챙김이 시간이 지나면 가장 크게 남는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표현하고 싶어졌다.
미루지 말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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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말하는 자기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매일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도 아니고, 모든 것을 웃어넘기라는 말도 아니다.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인정하고, 힘들면 힘든 대로 쉬어가고, 오늘 해낸 만큼만 나를 알아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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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한다는 건 특별한 결심이 아니라, 지친 나를 버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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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아무리 애써도 인정받지 못하는 날이 있고, 괜찮은 척하다가 혼자 무너지는 밤도 있다. 그런 순간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내 편이 되어주는 한 문장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조용히 건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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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크게 울컥하기도 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 마음을 대신 알아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되었고, 나도 나에게 조금은 부드러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가고 있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하루를 건너고 있으며, 무너진 줄 알았던 나도 사실은 계속 버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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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끝에 마음이 자주 지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를 부족하게 느끼는 사람,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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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애쓴 나에게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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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부신 그들의 세상을 - 기억이 사라질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유은영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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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병원에서 오래 일했던 시간도 있었고, 사람의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을 가까이서 본 기억도 있어서 더 쉽게 넘길 수 없는 주제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책은 병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기억이 흐려진 뒤에도 한 사람 안에 끝까지 남아 있는 마음과 존엄을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다.
​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력으로 판단할 때가 많다. 이름을 기억하는지,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는지로 그 사람의 상태를 먼저 본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능력이 줄어든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몸이 기억하는 감각이 있고, 마음에 남은 온기가 있고, 누군가를 향해 반응하는 아주 작은 떨림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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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가 만약 기억을 잃는다면 무엇이 끝까지 남았으면 좋을까 생각했다.
나는 사랑받았던 기억보다 사랑했던 마음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엄마를 그리워했던 마음, 아이들을 안아주던 마음, 책을 읽으며 나를 붙잡던 마음,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싶어 했던 마음이 마지막까지 나를 지켜주었으면 했다.
​
이름을 잊고 날짜를 잊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끝까지 사람답게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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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치매 어르신들의 행동은 겉으로만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갑자기 화를 내고, 자꾸 어딘가로 가려고 하는 모습은 돌보는 사람에게도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 행동을 단순한 문제 행동으로 보지 않았다.
그 안에 불안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잃어버린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행동보다 마음을 먼저 보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
돌봄을 하는 가족의 마음도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매 순간 다정할 수만은 없다. 사랑하는 마음과 지치는 마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힘들 수 있고, 곁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도망치고 싶을 수 있다.
그 마음을 부끄럽게만 여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위로였다.
​
돌봄은 완벽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곁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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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효율과 능력인 것 같다.
말이 빠른 사람, 기억을 잘하는 사람,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사람을 더 괜찮은 사람처럼 여긴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는 그런 것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느리게 말하고, 자주 잊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그 삶이 덜 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가장 약해진 순간에도 한 사람의 존엄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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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도 다시 보였다. 내가 가장 그리워할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익숙한 집을 알아보는 일,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일, 좋아하는 책을 펼치는 일, 밥 냄새를 맡는 일,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에게 대답하는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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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평범해서 고마운 줄 몰랐던 것들이 사실은 삶을 붙들어주는 가장 큰 기둥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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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이제 식판을 조심히 건네는 손, 기다려주는 눈빛, 같은 말을 다시 들어주는 마음이 먼저 생각난다. 존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병명보다 사람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태도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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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문장은 나는 지금 당신들을 잊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아름답게 지고 있는 중입니다 라는 말이었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마음을 다 담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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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치매를 무섭고 슬픈 이야기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잊어가는 사람의 세계도 여전히 눈부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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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돌보는 사람, 노년의 시간을 생각하는 사람, 부모의 늙어감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오래 마음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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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누군가의 느려진 걸음을 조금 더 기다려주고 싶어진다.
기억이 사라진 자리에도 사랑은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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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더케이북스 ( @the_.kbooks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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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소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지연리 옮김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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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때는 이 책을 예쁜 동화처럼 읽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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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에 사는 어린 왕자와 장미, 여우, 사막, 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니 이 책은 더 이상 단순한 동화로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잊고 살았던 마음, 어른이 되며 놓쳐버린 순수함, 관계 안에서 생기는 책임과 그리움을 조용히 꺼내 보여주는 책처럼 느껴졌다.

​

어린 왕자는 자기만의 작은 별에서 장미와 함께 지내다 여러 별을 여행한다.

​

그가 만나는 어른들은 모두 이상해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 이상한 모습 안에 지금 우리의 모습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

권위에 매달리는 사람, 칭찬만 바라는 사람, 부끄러움을 피하려고 술을 마시는 사람, 숫자로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사람, 이유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사람까지 낯설지 않은 얼굴들이 계속 등장한다.

​

처음에는 어린 왕자의 눈에 비친 어른들이 우스워 보였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나와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도 바쁘다는 이유로 마음을 미루고, 중요한 것을 숫자로 확인하려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며 살아온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

이 책이 오래 사랑받는 이유는 문장이 쉽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렵지 않은 말로 사람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사랑은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 시간을 들이고 책임지는 마음이라는 점이었다.

​

어린 왕자가 장미를 떠나고 나서야 장미가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였는지 깨닫는 과정은 사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곁에 있을 때는 까다롭고 예민하게 느껴졌던 존재가, 멀어지고 나서야 나에게 하나뿐인 존재였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라 돌봄이고, 기다림이고, 마음을 쏟은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여우와 어린 왕자가 나누는 관계의 의미도 깊게 남았다.

​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단순히 자주 만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일이다.

그 과정에는 기다림이 있고, 익숙해짐이 있고, 책임도 따라온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을 낭만적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마음 뒤에 따라오는 책임까지 조용히 알려준다.

그 부분이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 더 크게 와닿았다.

​

특히 창해판은 책 자체가 정말 아름다웠다.

​

검은 바탕에 붉은 꽃과 보라색 꽃, 별과 어린 왕자가 어우러진 표지가 먼저 마음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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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림이 함께 있어 오래된 고전을 다시 새롭게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린 왕자라는 익숙한 작품을 다시 꺼내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판본이었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언제부터 중요한 것을 눈으로만 확인하려 했는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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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결과, 숫자, 성과, 평가처럼 보이는 것들에 마음이 자주 흔들렸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

정작 나를 살게 해 준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다정한 말, 오래 기억되는 순간, 함께 웃었던 시간, 말없이 곁을 지켜준 마음이었다.

​

어린 왕자는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주는 책이었다.

​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잊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마음,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작은 것 앞에서 감탄하는 마음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

짧은 책이지만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여운은 길다.

​

어릴 때 읽었던 사람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도, 지금 다시 펼치면 분명 다른 마음으로 읽게 될 책이다.

​

나에게 이 책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고전이면서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거울 같은 책이었다.

​

가장 중요한 것을 자꾸만 놓치고 사는 날, 마음이 조금 메말랐다고 느껴지는 날,

이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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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 이야기
바이즈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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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은 살면서 몇 번쯤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을 만나는 것 같다.
사랑이 끝났을 때도 그렇고, 믿었던 마음이 흔들릴 때도 그렇고, 돈과 현실 앞에서 자존심이 접힐 때도 그렇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지만, 결국 가장 오래 곁에 남아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건드리는 소설이다.
​
처음에는 한 여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처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단순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루루라는 한 사람이 사랑을 지나고, 가난을 지나고, 노동을 지나고,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다.
​
무너진 사람이 다시 살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극적이지 않았다.
눈부신 성공이나 커다란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밥을 먹고, 아이를 안고, 일을 하고, 하루를 넘기며 조금씩 자기 자리를 되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다.
​
루루는 처음부터 단단한 사람이 아니었다. 상처받고 흔들리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다.
아주 느리더라도 자기 몫의 하루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나도 삶이 힘들 때 대단한 깨달음보다 그냥 오늘 하루를 버티는 일이 더 컸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남은 마음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흔하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를 때가 많다.
이 책은 그 답을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를 특별하게 대접하라는 말도 아니고, 늘 나만 먼저 생각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일, 내 삶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태도,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루루가 다시 살아가는 과정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다.
사랑만으로는 삶이 해결되지 않고, 마음만으로는 배고픔이 사라지지 않으며,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지친 몸을 일으키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다시 웃기도 한다. 이 책은 그 평범한 반복 안에 회복이 있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
특히 할머니가 남기는 말과 온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은 큰 말보다 작은 행동에 남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이 좋았다.
친절은 말보다 몸의 방향에 남고, 사랑은 표정보다 오래 기억되는 감각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따뜻하면서도 자주 먹먹했다.
​
루루를 보면서 나는 나를 내 편으로 두고 살고 있는지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느라 나를 뒤로 미룬 적은 없는지, 사랑받고 싶어서 나를 함부로 견디게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됐다.
​
우리는 가끔 내가 나를 챙기는 일을 이기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내가 내 편이 되는 일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
이 책은 상처를 단번에 낫게 해주는 소설은 아니다.
대신 상처가 있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준다.
무너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고, 늦었다고 못 가는 것도 아니며, 오늘 조금 흔들려도 다시 나를 붙잡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조용히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
『루루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다.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기 전에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내 삶을 들어 올리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오래 남기는 마음이었다.
​
읽는 내내 루루가 안쓰러웠고, 어느 순간에는 루루가 부러웠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시 살아가려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졌다.
​
대단하지 않아도, 느리더라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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