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ㅣ 위픽 클래식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박정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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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분홍빛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먼저 갔다.
고전문학이라고 하면 괜히 어렵고
무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을 많이 내려놓게 해 준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 사이즈라
들고 읽기 좋았고, 종이 질감도 도톰해서 책장을 넘기는 느낌까지 마음에 들었다.
위픽 클래식 시리즈를 왜 모으고 싶어지는지 바로 알 것 같았다.
​
처음에는 제목처럼 풋풋하고 예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이 소설은 설레는 첫사랑만을 말하는 책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게 된 마음이 얼마나 사람을 흔들고, 얼마나 쉽게 자신을 잃게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처음이라 더 순수했고,
처음이라 더 서툴렀고,
처음이라 더 아팠던 마음들이
조용히 쌓여 갔다.
​
주인공이 한 여인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리지만 진심이었다.
그녀의 손짓 하나,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 마음이 전부 움직이는 모습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내 마음만으로 충분한 일인 줄 알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랑은 마음 하나로만 되는 일이 아니고, 그 안에는 동경과 질투와 불안과 상처까지 함께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았던 부분은 이 책이 첫사랑을 너무 예쁘게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사랑이라고 하면 깨끗하고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남겨두고 싶어지는데,
이 소설은 그 감정의 어두운 얼굴까지 보여준다.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사람은
작아지기도 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수록 더 초라해지기도 한다.
그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라 더 오래 남았다.
​
사랑을 통해 소년이 어른의 세계를 처음 마주하는 과정도 인상 깊었다.
사랑은 달콤한 감정이지만 동시에 사람 사이의 거리와 욕망, 상실을 알게 만드는 감정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사랑을 하며 행복만 배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과 무력감과 아픔도 함께 배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첫사랑의 추억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조금씩 무너지고 자라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
고전문학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읽기 편했다.
짧은 분량 안에 감정의 결이 또렷하게 살아 있었고, 오래된 작품인데도 지금 읽어도 공감되는 마음이 많았다.
사랑 앞에서 서툴고 흔들리는 마음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
책을 덮고 나니 첫사랑이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첫사랑은 단순히 처음 좋아한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처음으로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일지도 모른다.
​
작고 예쁜 책이라 가볍게 펼쳤지만, 마음에는 오래 남는 이야기였다.
고전문학을 부담스럽게 느꼈던 사람에게
좋은 시작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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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동안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선희(러블썬) 지음 / 다산글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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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살다 보면 내가 앞으로 가고 있는 건지,
그냥 하루하루 버티고만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분명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 제자리인 것 같고,
남들은 저만큼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늦은 사람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
이 책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었다.
지금 멈춘 것 같아도,
지금 흔들리는 것 같아도,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고 말해주는 책이었다.
​
처음엔 제목부터 마음이 갔다.
버티는 동안 자라고 있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나는 버틴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버틴다는 건 어쩔 수 없이 견디는 것 같고,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버틴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
버티는 건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를 붙잡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오늘을 지나
내일로 가려는 마음이었다.
책에는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
늦어도 괜찮다는 말,
남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힘든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
연습이 담겨 있다.
​
거창한 성공담이나 대단한 자기계발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았다.
매일의 삶에서 자주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들이었다.
​
특히 내 편이라는 말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를 의심한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내가 잘못 선택했나.
내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나.
남에게는 괜찮다고 쉽게 말하면서 정작 나에게는 가장 차갑게 굴 때가 많다.
이 책은 그런 순간마다
자기 자신을 함부로 놓지 말라고 알려준다.
​
나도 오랫동안 병원에서 책임자로 일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많이 버텼다.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늘 일에 맞춰 살았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나는 잘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많이 참고 있었던 거구나.
내 마음이 자꾸 작아지고 있는데도
그냥 버티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지금은 남편과 함께 정비소 일을 하고 있다. 몸은 더 고되고 바쁠 때도 많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예전보다 편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내가 잘하는 방식으로 가게를 알리고,
조금씩 내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이 더 깊게 들어왔다.
​
내가 지나온 시간도
그냥 힘들기만 한 시간이 아니었구나.
그 시간 속에서도 나는 자라고 있었구나 싶었다.
​
책을 읽으며 마음이 가장 따뜻해졌던 부분은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생각하라는 메시지였다. 우리는 자주 남과 비교한다.
누가 더 빨리 성공했는지,
누가 더 멋진 삶을 사는지,
누가 더 인정받는지 신경 쓴다.
그런데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아는 일이었다.
조금 늦어도 내 방향을 알고 있다면,
그 걸음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
이 책은 오늘 하루를 대충 흘려보내지 않은 너는 이미 충분히 단단하다고 말해준다. 아무렇게나 살지 않으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알려준다.
​
읽는 동안 나는 자꾸 나의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엄마로 살았던 시간, 일하는 사람으로 버텼던 시간, 누군가의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살아온 시간들.
그 안에 내 이름이 흐릿해진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
책을 읽고 나니 그 사실이 고마웠다.
이 책은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남보다 늦은 것 같아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
버티는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 시간 속에서 마음의 근육을 만들고,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언젠가 다른 계절로 건너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이 책을 읽고 조금 안심했다.
내가 지나온 시간도 헛되지 않았다고,
지금의 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아주 조금 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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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썸머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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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조금 산뜻한 여름 이야기를 떠올렸다.
햇살이 뜨겁고, 마음이 들뜨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계절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이 소설의 여름은 예쁘고 가벼운 계절이 아니었다.
뜨겁고, 위태롭고,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같은 자리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었다.
​
주인공 채리티는 산에서 내려온 소녀다.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지만, 마음 한쪽에는 늘 답답함이 있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정확히 말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그런 채리티가 사랑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기 안에 있는 욕망을 알게 된다.
​
이 소설이 좋았던 건 사랑을 그저 예쁘게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것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뜨겁다고 해서 현실이 따라와 주는 것도 아니다.
채리티가 느끼는 사랑은 설렘이면서 동시에 불안이었다. 그래서 더 진짜 같았다.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세상이 조금 달라 보인다.
평범했던 하루도 특별해지고, 그냥 지나치던 풍경도 오래 남는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채리티의 사랑은 그만큼 위험했다.
그녀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통해 자기 마음을 알게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적은지도 알게 된다.
​
읽으면서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문 부분은 원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할 수 없는 세계였다. 채리티는 분명 무언가를 원한다.
사랑도 원하고, 다른 삶도 원하고, 지금과는 다른 자신도 원한다.
그런데 그녀가 사는 세계는 그 마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여성에게 사랑과 선택은 더 조심스럽고 더 위태로운 일이었다.
​
이디스 워튼은 채리티를 순진한 소녀로만 그리지 않는다.
채리티는 흔들리고, 욕망하고, 때로는 미숙하고, 어리석은 선택 앞에 서기도 한다. 그래서 더 사람 같다.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갔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고 뜨겁게 흔들리는 시기를 지나오니까.
​
제목은 여름이지만, 이 책의 여름은 달콤하기보다 쓰다.
하지만 그 쓴맛 때문에 오래 남는다. 누구에게나 여름은 돌아오지만, 자신을 처음 알게 되는 여름은 한 번뿐이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다.
​
채리티에게 그 여름은 사랑을 배운 계절이자, 현실을 배운 계절이고, 자신의 욕망을 처음으로 마주한 계절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계절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를 좋아했던 마음,
말하지 못했던 욕심,
붙잡고 싶었지만 결국 흘려보낸 시간들.
채리티의 여름을 따라가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여름이 있었음을 조용히 떠올리게 된다.
​
이 소설은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한 여성이 자신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뜨거운 계절 속에서 채리티는 처음으로 자기 마음의 방향을 본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동시에 위험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된다.
​
밝고 청량한 여름을 기대하고 펼쳤지만,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는 짙은 열기가 남았다.
​
한 번뿐이라 더 아프고,
한 번뿐이라 더 선명한 계절.
​
이 소설은 그 여름의 얼굴을 아주 진실하게 보여준다.
사랑과 욕망, 계급과 현실, 자유와 선택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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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나를 만나러 가는 날 - Once a Month, I Met Myself
이현주 지음 / 비잉마이셀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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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음이 멈춘 문장이 있었다.
달력에 내 이름은 없었다는 말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다.
병원 책임자로 오래 일하던 시절, 내 달력에도 온통 남을 위한 일정뿐이었다.
근무, 회의, 업무, 사람들, 책임감. 내 이름은 없었고, 내 마음도 없었다.
해야 하는 일은 많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점점 흐려졌다.
그때의 나는 일을 잘해내는 사람이었을지는 몰라도, 나를 잘 돌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래 버틴 만큼 괴로웠고, 괴로웠던 만큼 나를 잃어갔다.
그래서 이 책의 시작이 유난히 마음에 닿았다.
​
작가가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찾으려 했던 것처럼, 나도 내 이름을 다시 불러야 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5월에 꼭 그만두리라 마음먹고 퇴사했다.
퇴사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 몸담았던 곳이었고, 내가 놓아야 끝나는 관계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려놓는 일은 늘 무겁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퇴사 후에는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컸다.
진작 그만둘걸. 그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
지금은 남편과 정비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몸은 예전보다 더 고되고, 하루는 더 바쁘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그런데 마음만큼은 이제야 내가 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홀로 매장을 지켜내던 남편은 그동안 일이 먼저였던 나를 위해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퇴사하고 나서야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남편 밥이라도 챙기고 싶어 함께 출근했다.
정비에는 관심도 없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비만 잘하는 남편 옆에서 손님이 어떻게 찾아올까 막막했다.
그러다 나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글을 쓰고, 알리고, 기록하고, 보여주는 일.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아 단골 고객이 생기고, 지역 안에서 입소문이 나고, 상도 받았다.
​
그때 알았다.
나는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 거였구나.
​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조용히 건드린다.
​
엄마로 살고, 아내로 살고, 누군가를 챙기는 사람으로 살다 보면 정작 내 이름은 달력 가장 바깥으로 밀려난다.
아이 병원, 가족 일정, 남편 식사, 집안일, 해야 할 일은 빼곡한데 내가 숨 쉬는 시간은 적혀 있지 않다.
작가는 그 빈칸을 바라보게 한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를 만나러 가는 날을 만들라고 말한다.
나 역시 임신 전부터 병원 일을 시작했고, 아이 둘을 시댁에 맡기며 일만 해왔다.
그 시간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그 방식밖에 몰랐고, 최선을 다해 살았다.
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지금은 여유가 생겼지만 아이들은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먹먹했다.
내가 가족을 위해 살았다고 믿었던 시간 속에서, 어쩌면 나도 나를 오래 비워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
작가가 자신의 꿈을 다시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부러우면서도 용기가 되었다.
엄마라는 이름을 지우지 않고, 나라는 이름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다.
나도 6권의 책을 자가출간해서 간직하고 있고, 매일 책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 내 미래를 또렷하게 찾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오래 생각하게 됐다.
​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앞으로의 내 달력에는 어떤 이름을 적고 싶을까.
​
이 책은 거창하게 인생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한 칸이라도 나를 위해 비워보라고 말한다.
달력 속 빈칸 하나, 조용히 걷는 시간 하나, 좋아하는 일을 떠올리는 순간 하나.
그런 작은 시간이 결국 나를 다시 데려오는 길이 된다고 말한다.
​
엄마라서, 아내라서, 일하는 사람이라서 내 이름을 미뤄두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나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온 사람에게, 다시 나를 만나러 가도 괜찮다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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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행복은 나의 기쁨이야
정한경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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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행복이라는 말은 참 쉬운 단어인데,
막상 내 삶에 가져다 놓으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은 많고, 마음은 자주 지치고,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을
먼저 챙기며 살다 보면 행복은 자꾸 뒤로 밀려난다.
언젠가 모든 일이 정리되면,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면,
그때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행복을 거창한 미래에 두지 않는다.
오늘 하루 안에서 내가 놓치고 지나간 작은 기쁨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누군가의 안부를 떠올리는 마음,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는 가장 따뜻한 힘이었다는 걸 알려준다.
​
읽는 동안 제목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너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라는 말은 단순하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건
그 사람을 내 뜻대로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기답게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까웠다.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조용하고 깊은 마음처럼 느껴졌다.
책 속 문장들은 너무 멋을 부리거나 억지로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친 마음 옆에 가만히 앉아 주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너는 이미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어. 오늘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하나라도 찾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떠올렸다.
아이들이 별일 없이 웃는 모습,
남편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하루,
문득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곁에 없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엄마까지.
​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던 마음들이
내 안에도 아주 오래 남아 있었다는 걸 느꼈다.
특히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내가 잘 지내는 모습을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 같았다.
내가 밥을 잘 챙겨 먹고, 책을 읽고, 조금씩 마음을 추스르며 살아가는 모습까지도 엄마에게는 큰 기쁨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더 오래 아팠고,
더 오래 따뜻했다.
누군가의 행복이 나의 기쁨이 되는 마음은
결국 사랑의 가장 다정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
우리는 자주 행복을 미룬다.
바쁜 일이 끝나면, 걱정이 사라지면, 더 괜찮은 사람이 되면 그때 행복해지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 내 곁에도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오늘 마신 따뜻한 차 한 잔, 우연히 만난 좋은 문장, 누군가에게 건넨 짧은 안부, 아무 일 없이 지나간 하루.
그런 것들이 쌓여 내 삶을 조금씩 밝히고 있었다.
​
정한경 작가의 글은 마음을 크게 흔들기보다 조용히 적셔 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갑자기 큰 결심을 하게 되는 책이라기보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줄이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자주 바라봐 주고 싶고, 나 자신의 행복도 조금 더 소중히 챙겨 주고 싶어진다.
​
이 책은 지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행복이 멀게만 느껴지는 사람,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사람, 평범한 하루 안에서 다시 기쁨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는 동안 마음이 천천히 부드러워지고, 덮고 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
결국 행복은 완벽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안에서 내가 소중히 여긴 것들, 내가 사랑한 사람들, 나를 웃게 한 작은 순간들 속에 이미 있었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다시 알아보게 해준다. 그래서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말은 하나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내 행복을 더 자주 알아봐 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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