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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작은 사회 1
금봉 지음 / 냉이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온 건 색감이었다.
파스텔톤의 표지가 너무 예쁘고 양장본이라 손에 쥐는 느낌까지 좋았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내용도 술술 읽혀서 금방 빠져들었다.
예쁜 책인데 가볍지만은 않고, 쉽게 읽히는데 마음에는 꽤 오래 남는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세계를 따라가는 듯하지만, 읽다 보면 그 안에 가족, 형제자매, 엄마, 할머니, 동네, 학교, 아파트, 어른들의 시선까지 전부 들어 있다.
제목처럼 한 아이가 살아가는 작은 사회가 그대로 펼쳐진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 느낀다.
집 안의 공기, 엄마의 피곤함, 어른들의 말투, 형제 사이의 비교, 외로움과 억울함까지 조용히 받아들이고 기억한다.
나는 삼남매 중 첫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둘째의 마음이 많이 생각났다.
지금도 둘째 여동생은 어릴 적 서러웠던 이야기를 내게 꺼내며 억울해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도 내 자리에서 쉽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첫째라는 이유로 괜찮은 척해야 했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말보다 참는 일이 많았다.
공부만 하며 조용히 지냈지만, 속으로 삭인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동생들은 나와 비교당하며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천방지축처럼 보였던 동생들도 사실은 자기만의 불안과 서러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 책 속 우재를 보며 그런 마음이 자꾸 떠올랐다.
우재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그 안에는 불안이 있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엄마의 마음 안에 자기 자리가 분명히 있기를 바라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의 사랑이 간절했던 우재를 보면서 돌아가신 엄마도 많이 생각났다.
엄마에게 더 받고 싶었던 마음, 엄마에게 더 말하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이제는 다시 확인할 수 없는 마음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용히 올라왔다.
가족 이야기는 그래서 무섭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 가까운 곳에서 내 기억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고 살며 느꼈을 불만도 떠올랐다.
어릴 때는 엄마의 짜증이나 피곤함이 그냥 엄마의 성격처럼 보였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 마음이 조금은 보인다.
누군가의 며느리로,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딸로 살아야 했던 시간이 엄마에게도 버거웠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읽는 내내 진짜 재밌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장면이 선명해서 계속 읽게 된다. 그런데 재미만 있는 책은 아니다.
읽다가 웃게 되고, 귀여워하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씁쓸해진다.
특히 외면당했던 가족을 우재가 다시 외면하고 변해가는 모습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상처받은 사람이 반드시 따뜻한 사람으로만 자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사랑받지 못한 기억은 때로 누군가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누군가를 똑같이 차갑게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가족을 무조건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족을 미워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 사이에 있는 복잡한 마음을 보여준다. 사랑하지만 서운하고, 미워하지만 그립고, 이해하고 싶지만 아직 아픈 마음. 그래서 더 현실적이었다.
누구에게나 가족 안에서만 생기는 상처가 있고, 또 가족이라서 끝내 놓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읽고 나니 동생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우리는 각자 다른 자리에서 자랐고, 같은 집에 살았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첫째의 억울함도 있고, 둘째의 서러움도 있고, 막내의 외로움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조용히 꺼내게 만든다. 너는 그때 어땠냐고, 나는 사실 그때 이런 마음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안녕, 나의 작은 사회』는 예쁜 파스텔톤 표지 안에 어린 시절의 불안과 가족의 상처, 그리고 그래도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을 담은 소설이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게 사라지지 않는다.
읽고 나면 내 어린 시절의 집, 내 형제자매, 내 엄마, 그리고 그때의 나를 한 번쯤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성장소설이면서 가족소설이고, 아이의 이야기이면서 어른이 된 우리에게 도착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