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의 옷장 ㅣ 북다 청소년 문학 4
박사랑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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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표지부터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푸른빛이 도는 옷장과 연꽃, 반짝이는 조각들이 어딘가 비밀스럽고도 다정하게 느껴졌다.
제목은 조용했지만 표지는 이상하게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이 옷장 안에는 누군가 말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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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옷장』은 나로 살기 어렵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을 아주 신선한 방식으로 풀어낸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유진은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온전히 편하지 못한 아이처럼 보였다.
친구 관계도 어렵고, 엄마의 기대와 말도 버겁고, 자기 마음을 설명하는 일조차 쉽지 않은 아이였다.
그런 유진 앞에 나타난 옷장은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잠시 세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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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나 대신 살아주는 나”라는 설정이었다.
하얀 니트를 입으면 또 다른 내가 밖으로 나가 하루를 대신 살아주고, 진짜 나는 옷장 안에 머물 수 있다는 설정이 처음엔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건 판타지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만 사라지고 싶을 때,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으면 할 때, 해야 할 일도 만나야 할 사람도 전부 버거울 때, 누군가 내 자리에 대신 서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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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 옷장 안에 숨는 장면은 편안하면서도 슬펐다.
그 안은 안전하고 조용하다.
배고픔도 없고, 갈등도 없고, 실수도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진짜 삶도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편안한 일이면서 동시에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내가 피한다고 해서 내 하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누군가 대신 살아준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묵직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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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라는 인물도 좋았다.
유진이 교실에서 주연의 등을 보고 안도하는 장면은 작지만 오래 남았다.
누군가 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숨이 쉬어지는 관계가 있다.
꼭 대단한 말이나 거창한 위로가 아니어도, 같은 공간에 있어주는 사람 하나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판타지 성장소설이지만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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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유진의 관계도 마음에 남았다.
엄마는 유진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늘 편안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아이는 엄마의 기대와 말 속에서 자꾸 작아지고, 괜찮은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오래 흔들린다.
읽으면서 아이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동시에 보여서 더 아팠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말하지 못하고 삼키는 마음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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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깊게 다가온다.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비교 속에서 작아지고, 내 자리를 잃은 것 같은 날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유진의 옷장은 아이만의 공간이 아니라 어른의 마음속에도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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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점은 이야기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설정은 특별하지만 문장은 편하고, 감정은 과하지 않게 쌓인다. 그래서 읽는 동안 유진의 마음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표지는 예쁘고 몽환적인데, 안쪽 이야기는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아프다.
그 균형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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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옷장』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 마음을 오래 바라본다.
숨고 싶은 마음도 나의 일부이고, 약한 마음도 내가 안아야 할 마음이라는 것을 천천히 알려준다.
결국 이 책이 건네는 위로는 단순히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다시 나로 살아가도 된다는 다정한 허락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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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니 나도 내 안의 옷장을 생각하게 됐다.
힘들 때마다 숨고 싶었던 마음,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쳤던 마음,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에게도 좋지만, 어릴 적의 나를 아직 마음속에 데리고 사는 어른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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