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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는가
김태현 지음 / 프로방스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랑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걱정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참 복잡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관계에서는 설렘보다 익숙함이 앞서고, 사랑이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이 사라졌다.
어려운 이론으로 사랑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 연인과 부부,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관계 속에서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고 표현해야 하는지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사랑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여러 번 돌아보게 됐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주고받는 말 한마디와 작은 행동에서 드러난다는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편하다는 이유로 말을 쉽게 하기도 하고, 잘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부족한 점은 누구보다 빠르게 발견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남편 생각이 나면서 뜨끔한 순간도 있었다.
나는 남편의 악필을 볼 때마다 왜 이렇게 글씨를 못 쓰느냐며 웃고 놀리곤 했다.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오래 함께 산 부부니까 이 정도 말은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문득 나는 남편의 좋은 점을 발견했을 때도 그만큼 쉽게 입 밖으로 칭찬했나 생각하게 됐다.
생각해보니 단점은 참 빨리 보면서 장점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잘해주는 일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고, 부족한 부분은 눈에 띌 때마다 이야기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단점을 모른 척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부족함까지 그 사람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 좋은 점 역시 당연하게 넘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를 내 기준에 맞는 사람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와 다른 부분이 있을 때마다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결국 서로가 지치게 된다.
오랜 관계일수록 사랑은 상대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곁을 내어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는 마음을 조금 비워보기로 했다.
남편의 부족한 점 하나를 찾기 전에 내가 좋아했던 장점 하나를 먼저 떠올려보려고 한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말보다 잘하고 있는 것을 알아주는 말을 한 번 더 해보려고 한다.
아주 사소한 변화일 수 있지만 이런 작은 말들이 모여 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되고 결국 부부의 시간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를 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늘 강할 것만 같았던 부모가 약해지고 아픈 모습을 마주하고서야 미처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떠올리는 마음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다음으로 미뤄둔 표현들이 언젠가는 후회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그 마음이 저절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고맙다는 말도 해야 알 수 있고, 걱정하는 마음도 표현해야 전해진다.
너무 가까워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히려 더 자주 표현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완벽한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에는 실망도 있고 상처도 있으며 때로는 후회도 따른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 사랑을 선택하고, 상대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 자신 역시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않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좋았다.
사랑을 잘한다는 것이 무조건 참고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나 자신까지 잃어버린다면 그 관계 역시 오래 건강하게 이어가기 어렵다.
상대를 돌보는 만큼 나를 돌보고, 상대의 다름을 존중하는 만큼 내 마음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지칠 때가 있다는 부분에도 공감했다.
좋은 아내, 좋은 남편, 좋은 자식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필요는 없다.
사랑은 완벽함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채로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며 제목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후회 없이 사랑한다는 것이 매 순간 완벽하게 사랑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화를 내지 않고, 실수하지 않고, 한 번도 상처를 주지 않는 관계는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후회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지금 할 수 있는 표현을 너무 오래 미루지 않는 일에 가깝다고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을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좋은 점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고맙다고 생각했다면 고맙다고 말하는 것, 마음이 멀어지기 전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처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 걱정했지만 읽고 나니 오히려 내 일상을 가장 많이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사랑을 새롭게 배우기보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 잊고 있던 사랑의 태도를 다시 꺼내준 느낌이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상대의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찾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가 내 마음대로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다.
나부터 조금 달라져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남편의 악필을 보고 또 웃게 되는 날에도 그보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남편의 장점을 하나 떠올려보고 싶다.
사랑은 어쩌면 이렇게 사소한 순간마다 어떤 마음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나 자신도 함부로 소모하지 않으면서 오늘 할 수 있는 사랑을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생각하게 된 후회 없이 사랑하는 방법이다.